【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최대 가톨릭방송인 미국 EWTN이 자신을 공격하는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극우 성향의 EWTN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난하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교황은 슬로바키아 사목방문 중이던 9월 12일 브라티슬라바 주슬로바키아 교황대사관에서 53명의 예수회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예수회원이 “잘 지내냐?”고 묻자, 교황은 “몇몇 사람들은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해 이 자리에 있던 예수회원들을 놀라게 했다.
교황은 더 나아가 “내 수술 결과에 대한 교회 공식 발표보다 교황 상태가 더 위중하다고 생각했던 몇몇 고위 성직자들은 회의를 열고 콘클라베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예수회가 발행하는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라도 신부도 있었는데, 그는 9월 21일 교황의 발언을 모두 공개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또 다른 예수회원은 교황에게 “슬로바키아교회 안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교황이 이단이라고 보고 있으며, 우리 예수회원들은 이 같은 교회 내 분열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의구심을 갖고 교황을 바라보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예를 들어 한 큰 TV 방송국은 거리낌 없이 교황에 대해 험담을 한다”면서 “나는 죄인으로 나에 대한 개인적 공격과 모욕은 받아도 되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이러한 공격과 비난은 악마의 짓이며 이전에 이 방송국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이 특정 방송국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방송국이 EWTN이라고 쉽게 추론할 수 있다. EWTN은 TV 방송 외에도 ‘National Catholic Register’와 ‘Catholic News Agency’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황에 대한 적대적 보도와 극우적 정치관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EWTN의 레이먼드 아로요 앵커는 교황의 퇴임을 주장했던 전 주미 교황대사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고문 스티브 바논, 교황과 대척점에 섰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을 인터뷰하며 계속해서 교황을 비판했다.
교황은 이날 EWTN만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성직자들 중에서도 나에게 함부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나와 진정한 대화를 해보지 않고서 나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나는 가끔 인내를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나는 그들에게 반박하지 않고 내 길을 간다”면서 “내가 설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21-10-03 [제3263호, 7면]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