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제7회 한일 탈핵 평화 순례와 간담회에서 한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오른쪽)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온라인 간담회 영상 갈무리
한국과 일본교회 탈핵 평화 운동가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탈핵을 통해 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연대 방향을 모색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9월 3일과 4일 일본 가톨릭정의와평화협의회, 평화를 위한 탈핵소위원회와 함께 온라인으로 제7회 한일 탈핵 평화 순례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 한일 탈핵 평화 순례 및 간담회는 일본 정부가 2023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후 해양 방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세계 공동체입니다’(「모든 형제들」, 32항)를 주제로 열렸다.
박현동 아빠스는 인사말에서 “핵폐기물이 결코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과 일본의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관련 상황들을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가톨릭정의와평화협의회 회장 가쓰야 다이지(勝谷太治) 주교도 “핵발전과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양국 사회에 꾸준히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함께한 이 자리가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한일 양국에서 4명의 발표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위험성과 피해에 대한 우려, 양국 교회 연대 방향 모색 등에 대해서 제시했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반 히데유키(伴英幸)씨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를 희석시켜 해양에 방출하겠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이 갖는 허구성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오염수를 희석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심각한 해양 오염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염수 방출 문제는 핵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로, 결국 핵발전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준한 신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는 한일 양국이 걸어온 핵 기술 발전 역사의 필연적인 귀결”이라며, “이는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핵발전이 가동되는 모든 곳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이며, 해양과 해양 생물의 오염으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전지구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따라서 해양 오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동북아시아 교회의 국경을 초월한 연대, 탈핵신학의 정립과 교회의 사회 참여라는 측면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연대 활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 수산인협회 노평우 회장은 오염수 방출로 인한 피해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 철회를 호소한다”며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세계의 많은 분들이 연대해서 일본 정부에 더욱 강력하게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과 일본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후인 2012년부터 한일 탈핵 평화 순례를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해왔다. 특히 양국 교회는 지난 2월 9일 공동성명을 발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함유수를 해양으로 방류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가톨릭신문 2021-09-12 [제3261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