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소외된 정책, 오히려 장애인 인권 침해”
지역 사회 내 차별 우려
장애인 공동체 마을 형성과 거주시설 기능 변화 제안
현실 반영된 정책 마련돼야
정부가 장애인 주거권 개선을 위해 내세운 장애인 ‘탈시설화 로드맵’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시설을 통한 돌봄이 가장 필요한 중증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의 권리를 오히려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유경촌 주교)는 8월 2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한 분석과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8월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탈시설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한 가톨릭교회 내 사회복지 관계자들 간 분석과 대응을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사회복지위 위원장 유경촌 주교와 총무 김봉술 신부,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 원장 이병훈 신부,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 담당 김재섭 신부, 둘다섯해누리 시설장 이기수 신부, 한국가톨릭아동복지협의회 까리따스 아카데미 이강화 사무국장, 한국가톨릭발달장애인부모회 홍기향 회장,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김현아 공동대표 등이 참가했다. 토론회는 유튜브 주교회의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발제를 맡은 이병훈 신부는 탈시설화 로드맵에서 정부는 중증발달장애인과 학부모들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정부 공개 자료에 보이듯 이해 당사자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조사 대상에 없을 정도로 정책 입안단계부터 철저히 소외됐다”며 “정부는 시대적인 사명이라며 밀어붙이고 시설과 인권은 양립할 수 없다는 논리에 편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재섭 신부는 일종의 탈시설 자립홈인 강릉 애지람 사회복귀시설 운영 경험을 예로 들며, 정부의 탈시설화로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차별 등의 인권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신부는 그 방지책으로 ▲장애인 공동체 마을 형성 ▲거주시설의 기능 변화 ▲지역별 장애인센터 운영 등을 제안했다.
이기수 신부는 영국 델로우(Delow) 마을, 독일 캠프힐(Camphill) 타운 등 유럽지역 장애인 시설 방문 경험을 예로 들어 “유럽 몇 개 나라를 빼면 대부분 30인 이상 시설이 아직도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탈시설이 선진국 모델이라는 일부 주장에 반박했다.
유경촌 주교는 인사말에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탈시설 지역사회 지원 로드맵에 대한 좋은 의견들이 모아져,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도움이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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