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년 이내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19세기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학계 보고가 나왔다. 지구의 지표면 온도 상승 속도가 기존 예측보다 더욱 빨라진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9일 기후 변화에 관한 분석을 담은 6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빠른 시일 내에 즉각적이고, 대규모로 감소되지 않는 한 향후 20년 이내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높은 지점에 도달하거나 심지어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은 IPCC가 3년 전 발표한 예측보다 최대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당시 IPCC는 1.5℃ 도달 시기를 2030~2053년으로 내다봤는데, 이번에 2021~2040년으로 앞당겨진 예측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사실상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가열화(加熱化)’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IPCC는 기후 변화의 규명을 위해 1988년 설립된 국제 협의체로, 1990년부터 5~7년 간격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와 지표 등을 통한 최신 정보를 담은 평가 보고서를 발표해오고 있다.
IPCC의 제1실무그룹 소속 전 세계 과학자들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수립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 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09℃ 상승했다. 12년 이내에 각국이 수립한 1.5도 이내 상승까지 단 0.41도밖에 남지 않았다. 아울러 지구 상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도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4.8배 늘었다. 지난 117년(1901~2018년) 사이 전 지구 해수면은 20㎝ 상승했다. 특히 육지의 온난화는 북극의 2배에 이르며, 전 지역에서 기후 변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기후 변화 또한 더욱 극심해졌다. 고위도 지방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하는 반면, 아열대 지방에서는 감소해 지역별 강수량 차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해안 지역은 21세기 내내 해수면 상승을 겪으며 침수와 침식을 겪으며, 10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극한 해수면 상승은 21세기 말까지 매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실제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는 최근 49℃에 달하는 폭염을 겪었으며, 터키는 남부 지역의 대규모 산불이 채 진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부의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선 대형 산불이, 남미 브라질에선 느닷없는 한파가 밀려오는 등 ‘지구의 경고’가 곳곳에서 밀려오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할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 일변도의 인류 삶 전체를 즉각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보전(JPIC) 위원회 위원장 김종화 신부는 “각국이 내세운 탄소 중립을 향한 실천은 일상, 교통, 식량,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전체가 대전환을 이루는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면서 “정부가 산업계와 기업의 전환을 이끄는 ‘컨트롤 타워’를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강승수(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신부는 “정부와 정치인들은 녹색 성장이 아니라, 그야말로 ‘탈성장’을 채택하는 것이 현재 기후변화를 늦출 최선의 방법”이라며 “지구를 지키기 위해선 그 누구도 포기하거나 소홀함 없이 즐거운 불편을 생활화하고,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보호가 신앙의 핵심임을 더욱 받아들이는 환경 실천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가톨릭신문 2021.08.22 발행 [16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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