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출신으로 베나도 투에르토 교구의 부교구장 주교 취임해 새로운 사목적 도전… 좋은 목자 되도록 기도 부탁
“살아있는 보물이신 예수님을 널리 전하는 예수님의 착한 목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 저 또한 행복할 것입니다.”
‘한국인 이민자 출신 첫 주교’인 문한림(유베날, 66) 주교가 지난 14일 아르헨티나 중부 산타페 주의 소도시 베나도 투에르토 교구의 ‘승계권 있는’ 부교구장 주교에 취임, 새로운 사목적 도전을 시작했다. 1984년부터 2014년까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신부로 30년,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 특별구와 인접한 산 마르틴 교구에서 보좌주교로 6년 8개월을 살고 난 뒤 베나도 투에르토 교구에 부교구장 주교로 부임했다. 오는 10월 현 교구장 구스타보 아르투로 헬프 주교의 뒤를 이어 교구장으로 착좌하게 된다.
이날 교구 주교좌 성모 대성당에서 봉헌된 환영 미사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가운데 부교구장 주교로서 사목 직무를 시작한 문 주교는 먼저 “예수님, 당신께서 착한 목자로 사셨듯이 앞으로도 교구민을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을 나눠주며 살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당신을 대신해 제게 당신의 양 떼를 인도하도록 맡겨주셔서 감사를 드린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는 어떤 식으로든 저와 동행하는 모든 신자, 모든 목자의 기도에 의존한다”면서 “주님에게서 오는 기쁨으로 성령을 향한 열정에 불을 붙이며 원죄 없으신 동정 성모 마리아의 보호에 교구에서의 삶을 맡긴다”고 희망했다.
문 주교는 “베나도 투에르토 교구는 관할 지역 인구가 24만 명, 본당은 43곳, 공소는 20곳, 신부님은 3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교구”라고 소개하고 “완벽하게 원어민과 같이 스페인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40년을 아르헨티나 문화에 젖어 살아왔기에 어색함이나 거리감은 없고 앞으로도 잘 살겠다”고 현지 사목에 거는 기대를 전했다. 이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선교에 어려움을 가져다주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문 주교는 “그보다는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관심 대상이 되기에 사목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더 많다”며 “한국을 떠난 지 44년이 된 저를 위해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둬주시고, 베나도 투에르토 교구에서도 맡겨진 양 떼들에 좋은 목자가 돼 살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또 자신이 7년간 사목했던 산 마르틴 교구 공동체에도 “산 마르틴 교구민들께 드리고 싶었던 것들을 다 드리지 못하고 산 마르틴에서 북서쪽으로 360㎞나 떨어진 베나도 투에르토로 떠나게 돼 미안한 마음뿐”이라면서도 “지금은 인터넷 시대인 만큼 언제라도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으니까 연락해 주시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연락할 수 있다는 것도 제게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남미 가톨릭 선교사들의 모임인 라틴아메리카한국가톨릭선교사회(AMICAL) 회장도 역임한 바 있는 문 주교는 “남미에서 선교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어려움, 특히 선교의 어려움은 저 또한 익히 알고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힘드시겠지만, 용기를 내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끝으로 “혹시 선교사님들께서 우리 교구에 들르시면 아르헨티나의 전통 요리인 맛있는 ‘아사도’(쇠고기에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구운 원주민 가우초들의 요리)를 대접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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