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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 "사순시기, 죄에만 얽매이면 `사순 우울증` 걸려"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2-18 조회수 : 3192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진행 : 윤재선 앵커

출연 : 홍성남 신부 /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인터뷰 전문]

 

코로나19로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어떻게 사순시기를 지내는 게 좋을지, 진정한 사순시기의 정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인 홍성남 신부 연결해 코로나19 시대의 사순살이에 관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홍성남 신부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먼저 재의 수요일의 의미부터 말씀해주시겠어요?

 

재의 수요일 날 성당에 가면 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생각하거든요. 문제는 흙을 먼지라고 하면서 우리가 먼지로 돌아갈 거로 생각한다는 게 결국 인생이 헛되다는 걸 묵상하는 건가? 생각하는 신자 분들이 많으세요.

 

거기다가 하나 덧붙여서 이렇게 먼지 같이 떠날 인생인데 왜 죄는 그렇게 많이 짓고 살아. 그러면서 사순시기 내내 자기 몸을 자기가 때리면서 사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수도자들 중에도. 특히 중세 수도원을 보면 자기 몸이 죄의 덩어리라고 생각해서 자기 몸을 채찍으로 때리거나 굶기거나 우리는 그걸 단식이라고 얘기하죠. 단식은 자기 몸을 굶기는 거예요.

 

자기 몸을 못살게 굴면서 그거를 주님에 대한 희생과 보속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거를 심하게 할수록 성인 반열에 든다고 믿었어요. 아주 오랫동안,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본당 신부님들 중에도 지금도 사순시기 동안에 술집 가지 말고 다 끊고 수도자 같이 기도하라, 심지어 어떤 분들은 너희는 죄인이야라고 외치는 분들까지 있었어요. 그런 분들이 지방 교구나 간혹 서울교구 신부님들 중에 계신다고 하는데 그건 곤란해요.

 

 

사순시기의 개념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사순시기는 부활하신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준비하는 기간이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돌아가신 분이 다시 살아 오신다는데 그분이 와서 내가 지은 죄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진다면 반갑겠어요?

 

 

반갑지 않죠.

 

그렇죠. 어떤 분이 다시 살아오면 좋을까요?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해 보세요. 사람을 평가를 할 때 이렇게 한대요. 1위는 저 분이 다시 살아왔으면 좋겠다. 살아 돌아오셔서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2위는 안 계시니까 섭섭하다. 보고 싶다.’ 3위는 돌아가신지 안 돌아가신지 잘 모르겠다.’ 그럼 최악이 뭘까요? ‘절대 살아오면 안 돼.’

 

예전에 독재자들이 죽고 나면 무덤에다가 십자가를 꽂고 그랬대요, 부활 못하게. 그게 최악이죠. 그런 의미에서 정말 우리가 살아 돌아오길 바라는 분은 어떤 분이 될까요. 살아 돌아오셨을 때 생전보다 더 많은 선물을 우리한테 주실 분이라면 부활하길 바라겠죠. 그런데 오시자마자 너희가 죄 지은 게 뭐가 있다고 따진다면. 그러면 다시 돌아가시라고. 사순시기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추모기간을 우리가 갖고 있잖아요.

 

 

어제가 12주기였고요.

 

그런데 그분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신자 분들뿐만 아니라 비신자 분들도 많이 그리워하세요. 왜 그리워할까요? 그분이 우리나라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하셨거든요. 그리고 나라의 어른 역할을 하셨어요. 지금 어른이 없어요. 애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고만 있지 어른이 없어서 그분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는 거예요. 그게 바로 부활이라는 거죠. 김수환 추기경님은 돌아가셨지만 이미 우리 마음속에서는 부활해 계세요. 저는 그게 진짜 부활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부활이에요. 심리적 부활이라는 건데 그런 그리움이 없는데 몸뚱이만 부활해 오면 뭐하겠어요. 다시 묻어버리지. 제 생각은 그래요. 그러면 오시는 주님이 기쁜 주님이 되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그분을 기쁜 주님으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되는가?

 

사순시기는 우리 죄를 묵상하는 시간이 아니라 주님이 생전에 사람들에게 주셨던 좋은 일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시간인 게 맞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부모님이 살아생전에 자식들에게 잘해주셨던 얘기들을 자식들이 나누잖아요. 그러면서 부모님을 추모하잖아요. 사순시기는 딱 그 추모기간인 거예요. 그렇게 모여서 예수님이 기적을 일으켰던 거, 하혈병 여자를 낫게 했던 거, 나병환자 낫게 했던 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사순절 내내 기도하고 묵상하면 그분이 정말 오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죠.

 

 

어떻게 보면 예수님이 겪으셨던 수난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예수님의 사랑을 더 깊이.

 

기적, 수난이 아니고. 수난은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우리가 그분 보고 수난하라고 한 적이 없어요. 하느님이 선택하신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예수님이 그런 일을 당하신 게 우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너무 교리로 정형화 되다 보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집에서 부모님이 돌아 가셨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 집 자식들을 보고 네들 때문에 부모가 죽었어.’ 그러면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요. 우울증 걸려요. 잘못하면 극단적 선택을 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러고 있는 거예요. 주님이 돌아가신 것은 우리 때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 신자들이 당연히 우울증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사순 우울증이라는 것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잘 모르겠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정신과 의사들이 얘기하던데 사순시기가 끝나면 정신과를 찾는 신자들이 있다는 거예요. 실증적인 데이터로 실제로. 정신과에 찾아오는 환자들의 절반이 천주교 신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제가 신학센터의 그 글을 보고 왜 그랬을까 생각했는데 본당사목을 해 보니까 사순시기에 방법의 문제가 있었던 거예요. 우울증 환자로 만드는 전례가 세트로 돼 있어요. 부활을 맞이하려면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희망, 기쁨, 이런 거에 대해서 묵상해야 하는데 부정적인 것만 보는 거예요.

 

지난번에 제가 어떤 성당에 미사를 갔다가 그 본당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난 다음에 뭐가 울컥 올라왔어요. 사순절 동안에 신자 분들한테 자기가 지은 죄를 깊이 반성하라고 하는데 갑자기 그 본당신부 뒤통수를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너부터 하라고. ‘네가 그렇게 말해서 신자들이 우울증 걸리는 거에 대해서 책임져.’ 이런 소리를 할 뻔 했어요. 그때 못해서 지금 하고 있습니다.

 

 

지금 코로나191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피정 아닌 피정을 각자 하고 있는데, 격리된 상황에서 혼자서 그런 우울증, 요즘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코로나 레드, 블랙이라는 표현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혼자서 격리된 상황에서, 비대면 상황에서 각자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가능하면 혼자 안 있는 게 가장 좋아요.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에너지가 가장 많이 생겨요. 혼자 있는 거는 가끔 해야 하는 거예요. 예수님도 하루 종일 혼자 계시진 않으셨어요. 가끔씩 산에 가셨거든요. 제자들과 늘 더불어 계셨죠. 쉴 때도 혼자 쉬지 않으셨어요. 제일 많이 갔던 집이 어딘지 아세요? 예수님이 쉬러 갔던 집? 죽었는데 살린 사람 있죠? 라자로의 집. 거기 왜 가셨을까요. 거기 가면 마리아와 마르타가 딱 준비하고 있었어요.

 

 

환대 받으셨잖아요.

 

그러니까 자매 둘이서 정말 정성으로 주님을 모셨어요.

 

 

음식도 준비하고.

 

그러니까 가셨죠. 거기 만약 라자로만 있었으면 안 가셨을 것 같아. 그런 형제와 자매가 따뜻하게 당신을 맞아주니까 거기 가서 쉬셨던 거예요. 산에 가서 기도도 하셨는데 항상 산에 가진 않으시고 사람 속에서 사셨던 분이 주님이세요.

 

주님이 육화하신 의미가 인간과 똑같은 처지가 됐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보고 황송하게 생각하라는 신학사상이 있어요. 그게 꼭 틀린 건 아니지만 전부 맞는 말은 아닌 것이 예수님도 사람이 되셔서 사람의 삶을 즐기셨어요. 사람한테 사랑 받고 사랑을 주고 그런 걸 경험하셨죠. 특히 가톨릭의 스캔들로 보는 게 막달레나였잖아요. 막달레나를 만나면서 여성에 대한 감정도 느끼셨고 30대 총각이었잖아요. 당연히 마음도 설레셨고. 사람으로서의 삶을 충분히 만끽하셨고 그런 행복감을 모든 사람들한테 주려고 애를 쓰셨어요. 그래서 그런 행복을 뺏으려고 했던 바리사이들에 대해서 대립적인 각을 세우셨던 거죠.

 

 

독사의 자식들아.’라고까지 말씀하셨으니까요.

 

그 말이 뭐냐 하면 율법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행복을 뺏으려고 하는 건 죄라고 말씀하셨던 거예요. 진짜 죄는 그거죠. 사람들의 행복을 뺏는 죄.

 

 

오히려 우울하게 만드는 거.

 

그러니까 어쩌면 사순시기를 우울하게 지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신자들에게 우리가 죄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사순시기 지내면서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다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단은 영적으로 성장하거나 성숙하겠다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요. 내가 공부를 잘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공부를 잘하나요? 그렇지 않죠. 결심한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운동이나 신앙이나 모든 것들의 성장의 기본 원리가 하나 있는데 힘 빼는 거예요. 운동선수들한테 늘 그러잖아요. 힘주지 말라고. 힘을 뺏을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고 얘기하죠. 저도 탁구, 농구 이런 거 많이 해봤는데 힘이 들어가면 공이 안 맞는 거예요, 힘 뺏을 때 제일 공이 잘 맞아요. 파워도 있고.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생각해요. 막 결심하고 힘주고 뭔가 외치고 이러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오히려 안 돼요.

 

그래서 성숙해야지, 성장해야지라는 말은 공부 잘해야지랑 똑같은 말이에요. 그런 거 다 내려놓으시고 그냥 하느님과 더불어 즐겁게 놀아야 겠다, 행복하게 지내야겠다고 마음먹으세요. 기도할 때도 바짝 긴장해서 의장대 군인들처럼 기도하지 말고. 그러면 디스크가 와요. 기도할 때도 예수님과 대화하듯이 하세요. 예수님도 생전에 사람들과 대화할 때 카우치라는 의자 같은 데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술 한 잔 하면서 대화를 하셨다고 해요. 우리도 그래야죠.

 

 

왠지 사순시기에는 크게 웃거나 즐거워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앞서도 말씀하셨듯이 그런 위축된 분위기가 성당 안에서도 있고 신자 가정 안에서도 있고 그런데 사순시기를 즐긴다는 거는 어떤 의미일까요.

 

사순시기뿐만 아니라 성당에서 신자들이 웃고 떠드는 걸 용납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거는 신앙이 아니라 콤플렉스예요. 제가 본당 신부할 때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성당에서 떠드니까 막 야단치는 분들이 있는 거예요. 어디 성당에서 떠드냐고. 예수님이 오신다면 예수님도 쫓겨나지 않았을까. 예수님 보고 그랬잖아요. 세례자 요한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더니 예수님 보고는 당신은 맨날 먹고 마시냐. 예수님이 아이들을 좋아하셨잖아요. 아이들이 오는 걸 막지 말라고, 제자들한테. 당신도 천진난만한 분이셨거든요.

 

저도 보좌신부를 여럿 만나봤는데 제일 마음에 드는 보좌신부는 아이들하고 똑같이 노는 보좌예요. 한 번은 어른들이 아이들이 성당에서 떠든다고 야단쳤는데 그중에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아이가 있어서 나이 많은 먹은 놈이 떠들면 안 되지라고 했는데 그 나이 먹은 아이가 새로 온 보좌신부였어요. 그 보좌가 밥 먹다가 그 얘기를 하기에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잘했다고 했어요.

 

 

철이 없는 신부님이셨네요.

 

철이 없는 게 좋아요.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어른 행세할 필요가 없어요.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아이들이잖아요. 너희가 어린아이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못 들어간다고 복음에 나와 있는데 왜 어른처럼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반복음적 행위예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죠.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이신 홍성남 신부님과 함께 사순 살이에 관한 이야기 좀 나눴습니다. 신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cpbc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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