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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시술 했다면 건물 샀겠죠, 하지만…”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12-10 조회수 : 3332

 

▲ 프로라이프 의사회 차희제 회장은 21년 동안 낙태 반대 운동을 펼치며 생명운동가로 뛰어 왔다.

그는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낙태하지 않는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다가 경영난에 문을 닫았다.

지금은 경기도 양평 차빛의원에서 피부과 진료를 보고 있다.

 

 

“이 돈 못 써요. 하느님한테 다 갖다 바치든지…. 낙태한 동료 의사들이 번 돈을 삼등분으로 나눈 거잖아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봐요, 가려지나….”(아내)

 

“나는 낙태를 하지도 않았다니까! 병원에서 산모들한테 분만해주며 열심히 번 돈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남편)

 

부부는 6개월간 심하게 싸웠다. 아내는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이 벌어온 월급에 낙태 시술을 해서 받아온 돈이 포함된 게 영 편치 않았다.

 

남편은 아내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깨달았다. ‘아내 말이 맞는구나…. 이 월급에 낙태한 돈이 포함돼 있지. 낙태는 안 했다고 하지만 낙태한 의사와 뭐가 다를까?’

 

곧 IMF 금융위기로 동료 의사들은 빠져나갔고, 산부인과는 문을 닫았다. 차희제(토마스, 64) 산부인과 전문의는 1999년 분당에 개인 병원(미래축복산부인과)을 열었다. 병원에 상담실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낙태하러 온 여성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가 생명운동가가 된 건 그때부터다. 3일 경기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차빛의원에서 그를 만났다.

 

 

▲ 아내 조시인씨는 남편 차희제 회장이 생명운동을

벌이는 동안 묵묵히 뒤에서 힘이 되어 주고 있다.

 

 

▲ 제2회 생명대행진에서 차희제(뒷줄 왼쪽에서 첫 번째) 회장을 비롯한

생명운동가들이 생명 수호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결성될 당시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에게 생명기금을 전달받고 있는 차희제 회장. 가톨릭평화신문DB

 

 


낙태 안 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까지

 

“생명운동가가 될 줄 몰랐어요. 처음 산부인과를 한다고 할 때 양가에서 다 반대했어요. 산부인과 의사들은 다 낙태를 했고, 낙태를 안 하면 돈벌이가 안 됐거든요. 양가 부모님께 ‘낙태 안 하고도 잘 먹고 살 수 있다’고 했지, 생명운동을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는데.(웃음)”

 

그가 생명운동가로 첫발을 내민 건 1999년 분당에 있는 미래축복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다. 낙태한 돈이 포함된 월급에 치를 떨었던 아내 조시인(마리아, 64)씨는 남편 병원의 상담실을 지켰다. 낙태 시술을 하러 온 여성들에게 낙태 기구를 피해 다니는 태아 영상을 보여주며 설득했다. 출산을 결심한 산모들은 청주 자모원에 데려가 아기를 낳게 도와줬다.

 

“병원 개원하는 첫날, 9명의 외래환자 중에서 2명이 낙태를 하러 온 여성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낙태 시술만 계속 했으면 그 건물 내가 인수했을 겁니다.(웃음)”

 

부부는 임신한 여성들을 설득해 아이를 낳게 했다. 유부남 사이에서 임신한 미혼 여성이 자모원에서 아기를 낳아 입양시킬 수 있게 연결해준 일도 있다. 그는 자모원 후원으로 사범대학에 진학해 학교 교사가 됐다. 물론 세례도 받았다.

 

그러나 생명을 지키는 길은 험난했다. 병원은 경영난으로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다시 낙태하는 의사와 동업할 수는 없었다.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

 

“강의가 있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도 낙태를 안 한 건 아녜요. 레지던트 2년 차였을 때 강서구에 있는 산부인과에 아르바이트를 갔는데, 밤에 낙태 시술을 하라는 거예요. 하필 아는 간호사였어요. 근데 그 간호사가 선생님이라면 마음이 놓인다면서 해 달라고 하는 거죠.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병원에서는 유산된 아기들 빼내는 시술만 했는데…. 9주 태아였거든요. 죽은 아기를 잡아내는 거랑 다른 겁니다. 엄마가 몸에서 아기를 안 놓아주는 느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입니다.”

 

그는 21년째 생명운동가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장과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협의회 의원직도 겸하고 있다. 입양특례법 재개정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역임했다.

 

그는 2010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불법 낙태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세 곳을 고발했다. 2009년 11월, 산부인과 의사들을 주축으로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이 결성됐고, 그도 동참했다.

“산부인과 의료환경 개선이 목표였습니다. 낙태 수술을 하니까 의료 수가가 정상적으로 올라갈 수 없는 거죠. 낙태 근절 운동을 하면서 특별 조치를 생각했는데, 낙태 시술을 많이 하는 동료 산부인과 의사를 고발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진오비 멤버들이 동료 의사를 고발할 순 없다며 모두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그는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결성했고, 창립대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됐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낙태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세 곳을 고발했다. 이튿날 그는 일간지 1면에 보도됐다.

 

 

생명운동에 뛰어들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프로라이프 연합회가 결성되는 데 마중물이 됐다. 의사회에 이어 변호사회, 청년회, 교수회, 여성회가 생겨 줄줄이 힘을 보탰다. 2011년 6월, 프로라이프 연합회 창립총회가 열렸고,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가 그 자리에서 생명기금으로 1억 원을 쾌척했다.

 

차 회장은 2012년부터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중심으로 생명대행진을 시작해 낙태 반대와 생명 존엄의 가치를 알려왔다. 내년에는 생명대행진이 10회를 맞는다. 생명대행진(March for Life)은 1973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낙태 반대 운동이다.

 

생명대행진 조직위원장인 차 회장은 “초창기에는 지원과 홍보를 끌어내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11월 21일부터 ‘40일 기도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기한은 낙태죄 개정 입법 시한인 12월 말이다.

차 회장은 미국의 생명운동가들이 2013년에 발간한 「40 DAYS FOR LIFE」를 매일 번역해 함께 기도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전송한다. 서문은 영화 ‘언플랜드’의 주인공으로 낙태 클리닉 원장이었던 미국의 생명운동가 애비 존슨이 썼다.

 

“모든 게 미흡하고,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낙태법이 한 명의 태아라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도록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부 개정안… 14~24주 너무 큰 태아

 

그는 국회의원들과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고통스럽다.

“낙태에 관련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가장 전문가입니다. 14주, 24주 태아들은 너무 큰 태아입니다. 한 명의 태아라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저희는 낙태죄가 개정된 후에도 40일 기도 운동과 함께 생명운동은 변함없이 해 나갈 겁니다.”

 

아내 조시인씨도 프로라이프 예술인협회 회장으로 프로라이프 연합회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는 뒤에서 생명운동에 동참했다면 이제는 생명을 주제로 다룬 그림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명운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부부는 꿈이 있다. 차 회장은 차빛의원에서 궁여지책으로 피부과 진료를 하고 있지만, 다시 산부인과 전문의로 돌아가는 것이다. 낙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생명과 치유를 선물하고 싶다. 생명 관련 상담을 받는다는 간판도 주문했다.

 

“낙태하러 왔던 미혼모들이 아기를 낳은 뒤에는 신기할 정도로 상황이 잘 풀리는 걸 많이 봤습니다. 흔히들 아기를 낳으면 인생이 꼬인다고 생각하는데, 거꾸로예요. 하느님 뜻에 맞게 낙태를 포기하고 아기를 낳으면 하느님의 은총이 있습니다.”(아내 조시인씨)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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