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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인류 역사 중 가장 큰 위기 처한 오늘날… 생활방식 대전환해야”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11-04 조회수 : 3121

 

 

10월 12~15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202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가 신임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과 정부의 ‘낙태죄 합법화’ 법안 발의, 기후위기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주교회의 의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이용훈 주교로부터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지를 들어본다.

 

 

 

 

▲ 이용훈 주교는 “생태적 회개와 이를 통한 삶의 방식 전환은 우리 모두의 소명”

이라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생활방식의 대전환을 요청한다. 사진 이승훈 기자

 

 

 

■ 코로나19와 신앙

 

현재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주교는 편리함만 추구한 인간의 이기심과 환경파괴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를 코로나19 대유행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을 요청했다.

 

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삶을 우리의 버팀목이자 목적지인 하느님께로 쇄신하도록 제시하는 시련의 시간이자 선택의 시간’이라고 강조하고 계신다”면서 “코로나 위기는 ‘우리가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를 반성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면 신앙생활에만 익숙해 있던 우리들은 비대면 신앙생활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주님께 더욱 의탁하고 부족했던 점을 되돌아보는 진정한 쇄신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주교는 우리 교회가 초대 공동체 모습을 따르고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에 매몰되지 않고 형제애를 발휘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이웃에게 찾아가 도움을 베풀라는 시대의 징표입니다. 모두들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나눔 실천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고 이 시대에 더욱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주님 사랑의 손길이 미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가정 안에서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함께 기도하거나 가족 단위 성지순례를 하는 등 신앙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특히 본당이나 교구의 다양한 신심단체들 안에서도 SNS 등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구성원들이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생명보호는 교회와 국가의 책무

 

정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통해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법안은 임신 14주까지는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하고 24주까지는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주교는 “정부 개정안은 낙태 전면 허용안”이라면서 “이는 자연법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 추구권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낙태가 하나의 권리처럼 인식되고 있다”면서 “교회는 낙태를 비범죄화 혹은 합법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힘없고 미소한 사람일지라도 사회적·경제적 효용에 따라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회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 사회에 드리워진 죽음의 문화에 맞서 생명을 수호하고 존중하는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 주교는 생명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몸과 성, 혼인과 출산, 가정의 참된 의미를 교육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남녀관계,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향후 생명활동 방향으로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과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 낙태 거부 권리 인정 ▲사회 문화 개선 활동 ▲사회복지 지원 활동 등에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후위기 대처 위해 불편 감수해야

 

주교회의는 지난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고 「찬미받으소서」 5주년 후속 장기 사목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했다. 이 주교는 “특별 사목교서와 실천 지침을 통해 한국교회 공동체의 생태적 회개를 천명한 것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적극적인 신앙고백”이라고 말했다. 이 고백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피조물인 인간을 창조사업의 협력자로 초대하신 주님께 대한 자녀로서의 응답이라는 것이다.

 

이 주교는 “인류가 생존해 온 역사 안에서 가장 큰 위기에 처한 것이 바로 현 시대”라면서 “절제되지 않은 소비와 물질중심의 삶은 창조주 하느님의 선하신 의지에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주교는 “이로 인해 발생한 기후위기는 ‘선악과’를 탐하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첫 인류 아담과 하와의 죄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생태적 회개와 이를 통한 삶의 방식 전환은 우리 모두의 소명이라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생활방식의 대전환을 요청했다. 이 주교는 “생태운동은 누구 한 명이 실천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모두가 환경과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 연대와 봉사의 정신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회 안에서 전방위적인 의식 개혁과 전환을 위한 교육을 강조했다. 이 주교는 주일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소공동체 및 신심단체 등 성인들을 위한 교육 및 활동에 생태적 회개를 위한 개념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실천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교는 교회 안에서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사제양성과정에서 생태영성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공동합의성과 형제애 실천하는 교회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서는 ‘공동합의성’이 시대적 징표로 논의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개념을 두고 혼란이 일고 있기도 한다. ‘합의’라는 표현 때문에 이를 민주주의나 다수결 같은 의사결정 방식이나 권한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 주교는 “공동합의성은 단지 결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생활방식”이라면서 “공동합의적 교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목자와 평신도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교는 공동합의성 실현을 위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 세례성사를 통해 태어난 하느님 백성으로 동등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각자 다양하고 고유한 직무와 역할을 맡고 있기에 서로 존중하고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내 다양한 기구를 통해 평신도의 목소리를 듣고 의사결정과정에 이를 반영해 한국교회의 시대적 징표를 읽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강조한 형제애를 실천하는 한국교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교회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 기반을 두고 사목활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 더 큰 피해를 입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으로 함께 아파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영적·정신적 위안을 주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교회가 갖고 있는 영적인 보물도 함께 나눠 형제애 실천이 자연스럽게 간접선교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 안에 간직된 기쁜 소식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용훈 주교는…

 

1951년 9월 13일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1979년 3월 6일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윤리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주교는 2003년 3월 7일 수원교구 보좌주교, 2008년 10월 10일 수원교구 부교구장을 거쳐 2009년 5월 14일 수원교구장에 착좌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출처 : 가톨릭신문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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