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도 비대면 사회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교구는 본당수첩 앱 개발 등 새로운 방식을 통한 교회와 신자 간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3주년을 맞아 언택트 시대에 대응하는 교구의 노력을 살펴본다.
지난 7월 17일 교구는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자 신분증’이라 할 수 있는 ‘본당수첩’ 앱을 공개하고 신자들이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신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신분증과 판공성사 표, 또 교구 주보 및 본당별 미사 시간 검색이 기본 기능으로 제공된 앱은 선을 보인지 석 달을 넘긴 현재 약 4만9000명이 다운받았다.
본당 새 소식과 일정, 주보 내용 등을 알리는 유료 기능은 본당 31곳, 기관 4곳이 사용하고 있다.
신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바코드 기능이다. 특별히 코로나19로 성당이나 교회 기관을 출입 할 때마다 방문록을 작성하며 정부 방역 지침을 따르는 시점에서 바코드 기능은 신속하고 편리한 방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료 기능을 이용하는 본당들도 여건에 따라 주보와 소식, 알림 문자 기능 등을 통해 신자들과 소통한다.
이처럼 본당수첩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사 참례자가 제한되는 상황에 단순히 인명록을 대체하는 신분증 기능만이 아니라 교구와 본당, 신자를 잇는 플랫폼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런 교구의 모습은 스마트폰 하나로 일상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교회도 적극적으로 교회 소식과 정보를 소통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로 설명된다.
일명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셀룰러폰’ 혹은 ‘모바일폰’은 이제 현대인들이 항상 소지해야 할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 본당수첩은 이처럼 신자들이 늘 휴대하는 기기를 이용하는 방안이라고 볼 때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시대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교구 홍보국장 김승만 신부는 “현재를 특징짓는 표현 중 하나가 ‘구독’이라고 할 때 이것은 선택에 방점을 둔 것”이라며 “홍보가 과거에는 널리 알리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던 것에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형태로 바뀌고 있기에 교회도 그에 맞갖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택받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에 선택하는 주체의 의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 결국 역설적으로 선택받지 못한 것은 사라져 없어진다고 할 때 교회도 보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선택받기 위해서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걸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구가 본당수첩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교회가 ‘초연결’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IT 사회에 맞춰 신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다. 처음 기획된 내용 중 코로나19로 인해 신자 바코드가 우선 필요했기에 그와 관련된 부분이 먼저 공개됐다.
본당수첩 프로그램은 공동체와 개인 간 소통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개인을 식별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교구는 현재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림 판공성사를 대비해 판공성사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또 애초 기획했던 본당 일정, 본당 내 전자결재 서비스를 마무리 개발 중이다. 이외 본당에서 요청하는 부분도 검토해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코드 시스템은 교적 프로그램인 통합양업시스템에 있는 개인번호를 활용한다.
본당수첩 개발 이전에도 교구는 교구청 내에 자체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카카오톡 채널,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2014년부터 운영 중이고 유튜브 채널은 2012년 11월 개설했다. 카카오톡 채널은 교회 내 정보공유 SNS 중에서 조회 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스튜디오 구축은 공간을 변경하고 시설을 만드는 물리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작업은 그만큼 홍보국 신설과 더불어 시대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소통하려는 적극적인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로 인해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시대의 변화는 더욱 앞당겨지고 있다. 기술을 주도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 흐름에서 교구가 지향하는 정보화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교회가 매체를 가지는 것에는 기술의 발달 속도와 이에 따르는 자본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회가 직접 매체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보다는, 널리 상용화돼 있는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교구 입장이다.
김승만 신부는 “교회는 신자들에게 익숙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과 교회에 필요한 특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두 가지 정책을 잘 수립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기술발달로 인한 시대 변화와 흐름이 워낙 빠르고 이에 대한 자본 투자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교회가 세상 흐름을 선도할 수는 없지만, 교회가 세상 기술을 이용해서 세상 기술과 문화 속에 살아가는 신자에게 봉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기술의 본질과 속성을 파악해서 가톨릭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방법에 대한 고민만이 아니라 쇄신과 변화에 대한 모색도 요청된다. 구독의 시대, 팬데믹의 시대, 정보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자들 의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새로운 방법과 기술, 그리고 조직은 각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맞게 변화돼야 수용하고 흡수해서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며 “교회가 가진 것,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에 대한 이해와 필요에 대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시대는 또 다른 가난과 소외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스마트기기가 없고 다룰 수 없는 사람은 정보로부터 더욱 소외되고 이는 빈부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흐름은 가난과 질병, 혹은 다른 이유로 인해 세상 동향을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필요함을 부각시킨다.
교구 측은 “시대에 맞는 소통의 고민 속에서 새로운 사회의 가난과 고통, 소외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때”라고 밝혔다.
출처 : 가톨릭신문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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