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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교의 일등 공신 ‘한글’… 풍요로운 우리 교회 말 제대로 알자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10-07 조회수 : 2901

 

▲ 1970년대초 최창현(요한)이 우리말로 번역한 최초의 한글성경 「성경직해광익」과 1636년 디아즈

(예수회) 신부가 북경에서 펴낸 「성경직해」. 오른쪽 배경은 순 우리말로 명명한 본당 이름들.

 

 

  가톨릭과 한글의 인연은 언제 시작됐을까? 1784년 이 땅에 가톨릭 신앙이 전래된 후 3년 만인 1787년부터 한글로 된 교회 서적들이 발간되기 시작했다.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은 1786년께 이승훈(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아 오랜 교리 연구 끝에 한글 교리서 해설서인 「주교요지」를 집필했고, 최초의 한글 성경 「성경직해광익」은 1790년대 초 최창현(요한)이 우리말로 썼다. 9일 한글날을 맞아 가톨릭과 한글에 얽힌 이야기와 올바른 교회 용어 표기법 등을 엮었다.

 

 

한글과 가톨릭의 만남

 

  1801년 신유박해에 관한 정부 기록을 정리한 「사학징의」에 따르면, 당시 조선에 전해진 가톨릭 한문 서적 120종 177권 가운데 3분의 2가량인 83종 111권이 한글로 번역됐다고 보고 있다. 대중 선교를 위해서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이나 넉넉한 집안 출신이 아니면 한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박해시기였던 18~19세기에는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을 통해 전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교회 기록에 따르면, 흥선대원군은 교회를 박해하면서 “언문, 즉 한글을 잘 알면 천주교인”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목숨을 던져 신앙을 전파한 프랑스 선교사들도 복음 전파를 위해 한글을 유용하게 사용했다. 특히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시메온(1814~1866, 장경일) 주교는 ‘장주교윤시제우서(張主敎輪示諸友書)’를 통해 충청도와 전라도의 모든 신자에게 한글을 배우라고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1857년 반포된 사목교서인 장주교윤시제우서에는 ‘교리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언문(한글)을 배우든 한문으로 배우든 글자를 배우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한글의 체계적인 연구와 전파를 위해 ‘한글-한문-프랑스어 사전’과 ‘한글-한문-라틴어 사전’을 제작했다. 한글에 관한 최초의 사전은 1866년 완성됐다고 전해지지만, 그해부터 일어난 대박해인 병인박해 때 불태워져 남아있지는 않다.

 

 

올바른 교회 용어

 

  한글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사랑은 일제강점기에도 이어진다. 1933년 10월 29일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공식 선포되기 보름 전, 교구장들은 원산에서 열린 주교회의를 통해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교회 출판의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선교사들을 위해 발행된 라틴어 계간지 ‘일치된 힘으로’는 맞춤법의 세부 개념들을 소개하는 한편, 외국 선교사들이 100년간에 걸쳐 한글 맞춤법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어 초기 문법책들과 사전을 저술함으로써 한국어 문법 체계의 정착에 이바지했다.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전례 개혁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는 전례문의 라틴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결과 1965년 1월 1일부터 미사 일부분이 우리말로 봉헌됐다. 이 과정에서 공용어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 용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주교회의는 1965년 ‘가톨릭 공용어 심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위원회는 주요 기도문과 미사 통상문, 새 전례력 등의 개정, 각종 예식서, 공동 번역 성서의 초역문 검토 실무 등을 담당했다. 아울러 성인들의 이름을 원음에 가깝게 프란치스꼬, 베네딕또, 안또니오로 바꿨다. 하지만 1986년 1월 7일 ‘외래어 표기법’(문교부 고시 제85-11호)이 제정되고, 미사 통상문과 가톨릭 기도서 등을 개정할 필요가 제기됐다.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경우 아우구스띠노, 아우구스티누스, 아오스딩, 아우구스틴, 오거스틴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산하 기구로 1991년 주교회의 천주교용어위원회가 발족했다. 주교회의 천주교용어위원회가 2000년 「천주교 용어집」을 발행하면서 외국 성인명 등의 한글 표기도 나오며 혼용되던 성인 이름도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됐다.

 

 

 

 

외국 성인명 표기법

 

  “○○○ 안당을 위한 지향으로 연미사 부탁드립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매일미사 지향 접수 전화를 받다 보면 생소한 세례명으로 미사 지향을 부탁하는 신자들이 적지 않다. 안당, 가별, 방지거, 분도….

 

  중국을 통해서 천주교가 전해지다 보니 어르신들이나 돌아가신 분들의 세례명 표기도 한자식 표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아우구스티노’는 중국식 표기인 아오스딩과 천주교 용어집이 나오기 이전 표현인 아우구스띠노가 아직 혼용되고 있다. 또한 ‘체칠리아’나 ‘루치아’의 경우 ‘ㅊ’ 발음이 거세게 들린다며 ‘세실리아’ ‘루시아’로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0년 주교회의에서 발행한 천주교 용어집은 “외국 성인명의 경우 스콜라 라틴어 발음법을 따르고 교육부 외래어 표기법을 준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표기법에 따르면 세례명 한글표기는 스콜라 라틴어 발음법에 따르되, 된소리는 쓰지 않으며 받침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ㅅ’만 사용한다. 즉 토마는 스콜라 라틴어 발음법에 따라 토마스로, 니꼴라오 등 된소리가 들어간 경우에는 니콜라오가 올바른 표기법이다. 프란치스꼬는 ‘프란치스코’라고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평생 써왔던 세례명이나 돌아가신 분들의 세례명을 표기법에 맞게 바꾸거나 본인이 싫다는데 무작정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올바른 용어 사용법을 알고 조금씩 고쳐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천주교 용어집」 2017년 개정 증보판 발행 당시 주교회의 용어위원장으로서 개정 증보판 편찬 작업을 총괄한 강우일 주교는 “개정 증보판 발행으로 용어집 개정 작업은 일단락되겠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용어들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용어집을 찾는 이들의 관심 속에서 올바르고 풍요로운 천주교 용어들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글 이름 성당

 

  한국의 지명 대부분은 한자어로 된 ‘OO동’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행정적 편의를 위해 우리말 지명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수원 율전동(栗田洞, 밤밭골), 군포 산본(山本, 산밑), 인천 을왕리(乙旺里, 늘목마을)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 있는 상촌(上村, 웃말), 하촌(下村, 아랫말) 등 한자어로 바뀐 우리말 마을 이름은 셀 수 없이 많다. 성당도 대부분 지역명에서 이름을 가져오고 있다.

 

  쑥고개, 샘밭, 스무숲, 미리내, 버드내, 숲정이, 달맞이 등 아름답고 정감이 느껴지는 순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본당들도 있다. 전국에서 순우리말 이름 본당은 약 30여 개. 춘천교구 솔모루ㆍ애막골ㆍ스무숲ㆍ샘밭ㆍ솔올본당, 꽃동네(준)본당, 수원교구 감골ㆍ던지실ㆍ미리내ㆍ버드내ㆍ벌말본당, 군종교구의 불무리ㆍ열쇠ㆍ오뚜기ㆍ이기자ㆍ한밭본당 등이 우리말로 지어진 본당 이름이다.

 

도재진ㆍ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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