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5월 완공된 이현성당 전경.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면서 지하층은 제대로 개방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 용인시의 황당한 행정으로 수원교구 이현성당(주임 윤석희 신부)이 준공 사용 승인 3개월여 만에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이현성당은 2018년 6월 용인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지난 5월 건축 준공 사용 승인을 받았다. 본당 설립 7년여 만이다. 성당을 짓는 데는 3000여 신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1000여 평에 달하는 부지를 사들여 성당을 지어 봉헌하는 데 족히 180억 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성당을 봉헌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지난 6월 22일 용인시에서 현재 개발 추진 중인 플랫폼시티 부지 안에 성당이 들어가 있어 헐릴 수 있다고 통보해 왔다. 그로부터 9일 만인 7월 1일 용인시는 플랫폼시티 시행 계획을 고시했다. 계획안에는 이현성당 전체가 플랫폼시티 사업지로 포함되어 있었다.
이현본당 신자들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본당 신자들은 7월 13일 이현성당을 플랫폼시티 사업지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주민 의견서와 제척 청원 서명서를 용인시에 접수했다. 본당 신자보다 훨씬 많은 7157명이 서명했다. 제척은 공공성 등의 이유로 사업지구에서 해당 토지나 건물을 빼달라고 하는 행위다.
수원교구와 이현본당은 청원서에서 “오랜 기간 많은 신자의 피와 땀을 모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립한 성당을 준공 2개월도 되지 않아 철거한다는 계획은 무계획적이고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철거에는 토지 보상대금 150억 원, 건물 보상대금 120억 원 등 270억 원의 보상대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화 낭비이자 용인시 주민들의 신앙생활을 박탈하고 신앙공동체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7월 31일 용인시에서 온 답변은 성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용인시의 태도다. 건축 허가를 내준 건축과와 플랫폼시티과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과는 2018년 3월에 성당이 제출한 ‘건축 설계도면’과 ‘이현성당 건축을 위한 주민청원 서명’을 받아들여 6월 건축 허가를 내줬다. 건축 허가가 나오기 전 플랫폼시티과는 같은 해 4월 이현성당 부지가 포함된 기흥구 보정ㆍ마북ㆍ신갈동 일대를 개발 행위 허가 제한 지역으로 고시했다. 개발 행위 허가 제한 지역에서는 건축물의 신축, 개축, 증축이 제한되고, 다만 고시일 이전에 인허가 등을 신청하여 진행 중인 공사나 사업만 예외가 될 수 있다.
용인시 고시대로라면 건축과는 이현성당에 대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건축을 할 경우 철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야 했다. 용인시 플랫폼시티과 한재구 팀장은 “사업부지 내에 이현성당 등 종교시설이 6군데로 모두 제척을 요구하고 있고 더구나 제척을 원하는 곳은 종교시설뿐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11월쯤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리면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본당 측은 용인시의 답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변영철 총회장은 “용인시가 허가했고, 준공 사용 승인까지 내주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플랫폼시티 사업 개발계획에 들어가 철거될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느냐”고 분개했다.
윤석희 주임 신부는 “최선을 다해 성당을 플랫폼시티부지에서 뺄 것을 요구하겠다”면서 “수지지구는 물론 용인시내 모든 본당의 서명을 받고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 플랫폼시티 사업이란?
경기도와 용인시가 5조 9646억 원을 들여 기흥구 보정ㆍ마북ㆍ신갈동 일원 275만 7000㎡에 첨단산업과 상업, 주거, 문화·복지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자족 도시를 만드는 사업으로 2022년 초 실시계획 승인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2023년 착공해 2028년 12월 완공할 계획이다. 복합용지에는 수도권 남부 교통의 핵심거점이 될 복합환승센터와 호텔·컨벤션센터·문화시설·복합쇼핑몰을 갖춘 ‘용인플렉스’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현성당은 플랫폼시티 계획도에는 B-1 구역에 포함되어 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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