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동본당의 요한복음 필사에는 개인 및 가족 단체들이 그림과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했다. 김민호 신부(왼쪽)와 한정민 교육분과장이 초등부 주일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출품한 그림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감염증바이러스-19(코로나19)의 장기화로 위축돼 있던 본당 공동체에 ‘말씀’이 신앙 활력의 불쏘시개가 된 본당이 있다.
7월 13일부터 8월 10일까지 총 29일 동안 요한복음서를 매일 한 장씩 필사한 ‘비대면 축제-성경 필사 대장정’을 펼친 제2대리구 오전동본당(주임 김민호 신부)이다.
본당은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필사뿐 만 아니라 그림이나 시, SNS, 녹음, 감상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말씀 읽기에 도전하도록 문을 넓혔고 김민호 주임신부를 비롯해 어린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300여 명이 참가했다. 가족, 단체 등은 릴레이 필사로도 함께했다.
눈여겨볼 것은 필사 방법이다. 본당은 노트가 아니라, 줄 칸이 있는 A4용지를 나눠주고 필사하도록 했다. 필사 노트를 구입할 때 생길 수 있는 경제적 부담도 줄이고 누구나 쉽게 성경 필사의 첫걸음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림, SNS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도 각자 친숙한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맥락이다.
필사된 내용은 본당의 제본 작업을 거쳐 8월 15일부터 그림으로 참여한 이들의 결과물과 함께 성당 로비와 강의실에서 전시 중이다. 제본된 필사 권수만 204개에 달한다. 우수 참가자들은 8월 30일 교중미사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이번 필사 프로그램은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말씀으로 신앙의 에너지를 불어넣자는 취지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자, SNS로 매일 주임신부의 미사 강론 자료를 전달하며 묵주기도 릴레이를 진행했던 본당은 미사는 재개됐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보다 신앙의 열정을 되살릴 방법으로 성경 필사를 기획했다.
행사 기간 동안 본당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쓸 내용을 기존의 기도릴레이 문자와 함께 SNS로 전달했다. 요한복음서를 선정한 것은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 31) 말씀에 바탕을 둔다. 신앙인들이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한다면 말씀을 더 가까이하고 묵상하고 실천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 생명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라는 뜻에서였다.
신자들의 호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80대 어르신, 한국말이 어눌한 외국인, 7명이 릴레이로 필사한 가족 등 참가자들의 특이사항도 넘쳤다.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제본기를 구입하고 직접 제본에 나섰던 교육분과(분과장 한정민) 위원들은 밀려드는 제본에 진땀을 흘렸다.
영어 필기체로 필사한 김순임(엘리사벳·74) 씨는 “복음을 쓰면서 말씀으로 힘을 얻게 됐다”며 “코로나19의 무기력함을 떨치고 신앙의 자리를 돌아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준 본당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본당은 앞으로 성경 필사 프로그램을 연중행사로 준비할 계획이다. 9월에 마르코복음서 쓰기를 시작하고, 이어 연내에 4복음서 필사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김민호 신부는 “요한복음서 필사 대장정을 통해 다시 한 번 평소에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하느님 은총임을 깨달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출처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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