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문채현
정리, 삶의 변화 이끌어
대청소한 뒤 깔끔하게 정리된 집을 바라보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힘들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서원(프란치스코) 한국분노관리연구소장은 “정리와 청소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지만, 분명히 정신적인 부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리를 경험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정리 컨설팅을 받은 한 부부는 “집이 깨끗해진 것만으로도 싸움이 줄어들고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했다. 정리 전문가들은 “정리를 도와주는 최종 목표는 정리를 통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연희 이사장은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혼란, 무질서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풍족해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이들을 보면 주변 환경이든, 마음이든 어지럽고 정리가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공간을 정리하는 일은 지나온 삶 전반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정리 컨설팅을 할 땐 공간 정리를 넘어서 심리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정리 전문가가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정리 전문가를 ‘라이프 오거나이저’(Life Organizer)라고도 부른다. 단순히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생활, 업무까지 모든 일상을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계획하며 정리정돈 하도록 도와준다는 뜻에서다.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기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일은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주변을 정리하고 나면 한결 편안해지는 것도 가지고 있는 것을 비워내고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속 어지러움과 혼란을 정리한 뒤 새로운 기운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서울대교구) 신부는 “마음을 비운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지 않느냐”면서 “좋은 감정으로 나쁜 감정을 밀어내고 기분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음 비우기의 핵심은 우울감, 분노, 슬픔, 짜증과 같은 나쁜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는 일이다. 많은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법은 걷기다. 걷기는 나쁜 감정이 발생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홀로 조용히 머물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홍 신부는 “무엇을 하면 내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스스로가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기분 전환 목록을 만들어 실천하기를 추천했다. 이와 함께 상태적 박탈감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나만 이렇게 괴롭고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상담 전문가가 전하는 마음 비우기 TIP
다른 이들의 어지러운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풀어주는 전문가들은 어떻게 마음을 비울까. 상담 전문가 3인에게 비법을 들어봤다.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내가 좋아하는 것을 합니다”
▲ 홍성남 신부
마음을 비운다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마음을 채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나를 괴롭혔던 일들을 잊게 되거든요. 기분을 바꾸는 거지요. 어디 나가기도 귀찮고 돈도 없고 할 때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이 오감을 깨우는 일을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시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하는 거지요. 그러면 금세 기분이 나아집니다. 시간이 있을 땐 산에 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현실과 망상이 구분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나무와 흙이 주는 좋은 기운을 받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마음이 한결 나아집니다. 저는 기분 나쁜 상태를 그냥 두지 않아요. 얼른 기분을 바꾸려고 하지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기분 좋게 해주겠거니 바라지 말고 내가 나를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에게 보상을 해주는 거죠.
김용은 수녀(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스마트폰을 내려놓아요.
▲ 김용은 수녀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혼자 걷기도 하고, 글도 씁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일이에요.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습관이 됐잖아요.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데,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면 그만큼 마음을 비울 수 있다고 봅니다. 뉴스 중독, 정보 홍수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제겐 뉴스를 보는 일도 스트레스에요. 온갖 종류의 뉴스를 접하다 보면 마음의 파장이 일어나서 기가 뚝 덜어지는 걸 느끼거든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거리를 두는 건 일종의 마음 다이어트인 셈입니다. 저는 나인 투 나인(9 to 9)을 지키고 있어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그 이외 시간에는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꾸준히 해야 성공하잖아요.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마음 다이어트도 매일 꾸준하게 지속해야 합니다.
이서원(프란치스코) 한국분노관리연구소장-“이 사람도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 이서원 소장
어느 날 운전하며 가고 있는데 길이 너무 막히는 거예요.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으니 짜증이 나고 화가 막 나는데 주위를 둘러봤어요. 근데 모두 같은 상황에 놓인 거잖아요. ‘아 이 사람들이라고 좋을까? 아니지 화가 나겠지. 나만 그런 게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더니 화가 가라앉더라고요. 길이 막히는 게 누군가 나쁜 의도로 벌린 일이 아니니까요. 나만 겪고 있는 일도 아니고요. 그 뒤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 사람도 좋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삶의 화두처럼 간직하는 말이 됐어요.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과 유대감이 생기고,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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