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하동성당 수녀원에 개발계획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소하동본당 박대영 총회장이 개발계획에 따라 없어질 위기에 처한 성모동산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수원교구 소하동본당(주임 조영준 신부)이 광명시가 추진하고 있는 구름산지구 개발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성당이 제 역할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성전 5m 앞으로 폭 20m 4차선 도로를 내기 위해 본당 사무실, 집무실, 창고, 화장실, 성모동산, 십자가의 길 14처, 우리농판매소, 주차장과 마당이 모두 도로부지로 편입됐다. 소하동본당은 “이런 상태로는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며 광명시에 맞서고 있다.
구름산지구 개발 계획이 추진된 건 5년 전인 2015년이었다. 성당 인근 소하동 일대 주민들은 개발과정에서 자신의 땅을 내놓고 개발된 땅 일부를 되받기로 하고 광명시에 개발을 일임했다. 소하동본당도 그해 6월 광명시에 동의서를 제출하고 성당과 공소, 수녀원 부지 5050㎡를 내놓고 3200㎡를 받는 걸로 정리됐다.
문제는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성당 앞마당이 대거 도로부지로 편입됐다는 점이다. 광명시는 교통영향평가협의, 공청회, 1차와 2차 공람 등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성당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2019년 7월 이를 뒤늦게 확인한 본당 측은 정상적인 신앙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광명시는 “성당의 요구대로 성전 건물을 그대로 존속시켰고 이미 계획이 확정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대영(요셉) 총회장은 “종교시설에 대한 몰이해, 천주교에 대한 무지가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우리와 왜 제대로 협의를 하지 않았냐 했더니 성모동산을 뒤로 이전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겁니다. 매일 미사를 드린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고, 성모동산의 의미를 얘기하니까 또 깜짝 놀라요. 성당이나 미사의 의미에 대해서 공무원들이 전혀 모르는 겁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성전과 수녀원 신축, 성모동산 이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환지개발 특성상 그 비용은 모두 본당 측이 부담해야 한다. 박 총회장은 “현재 성당 사정으로는 부담할 수 없는 액수”이라며 “땅을 반으로 뚝 잘라놓고 우리 돈 150여억 원을 들여 다시 지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억울해 했다.
소하동본당은 대행개발사업자 선정을 통해 문제를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시개발법 시행령 11조 11항에는 ‘설계와 분양 등 도시개발사업의 일부를 주택법 4종 따른 주택건설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대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공사비를 체비지로 현물 지급받는 대행개발사업자를 선정하면 성당의 요구도 수용하고 광명시도 형평성 논란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명시는 대행개발사업자 선정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광명시 강진하 도시개발팀장은 “법적 검토를 했지만 적법한 사항이 아니어서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다만 구름산지구는 환지방식 개발이라 토지소유주와 같이 가야 하는 만큼 그런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주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성당도 잘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추정하거나 결정되지 않은 계획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하동본당은 현재 소하동성당 존치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영준 주임 신부는 “6월 21일 하루 동안 450여 명이 서명했고 앞으로 광명지구 내 6개 성당에서도 받을 계획”이라며 “광명시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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