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11월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앞두고 성 베드로 광장에
마련된 의료용 텐트에서 봉사하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베드로 성금은 이처럼 사도좌 활동 가운데에서도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와
지역 교회를 위해 쓰이고 있다. 【CNS】
“오늘은 교황 주일입니다. 교황님의 특별한 사목활동을 돕기 위해 세계 교회가 특별 헌금을 합니다.”
보편 교회는 매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과 가까운 주일에 ‘교황 주일’(올해는 6월 28일)을 지낸다. 이때마다 전 세계 신자들은 가톨릭교회를 이끄는 교황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특별 헌금을 봉헌한다. 일명 ‘베드로 성금’(Peter’s Pence)이다. 교회 모든 구성원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의 고귀한 사도좌 직무를 기도로 격려하고, 헌금을 통해 물적 지원을 함께하는 것으로, 이날 우리가 바친 정성은 교황청에 온전히 전달된다.
교황주일 특별 헌금의 기원
‘베드로 헌금’으로도 불려 온 이 봉헌금의 기원은 9세기경 영국에서 시작됐다. 앵글로 색슨족 웨식스의 알프레드 대왕이 교황청 재정을 위해 세금을 징수했다. 알프레드 대왕은 889년 이전부터 모든 가정에 이 의무를 할당해 교황청에 규칙적으로 납부했다. 이후 영국의 왕들은 계속 ‘베드로 성금’을 부과했다. 12세기 들어서는 각 지역 교구 주교가 맡아 교황청에 정액 연납하는 제도로 개편되기도 했다. 중세 때에는 아일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나라들도 베드로 성금을 냈다. 16세기 이후에는 교황청 재정 중 베드로 성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지면서 폐지됐고, 1860년 비오 9세 교황이 교황청 재정을 위해 부활시켰다.
이웃 사랑 실천 위한 베드로 성금
베드로 성금은 오늘날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쓰인다. 전쟁과 억압, 자연재해,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물적,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는 자선활동에 쓰이며, 때로 교황이 직접 관심을 표하며 기부하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재임 시절 연설을 통해 “많은 사람이 흔히 다른 곳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지원을 사도좌에게 받기를 기대한다”며 “베드로 성금은 복음화 사업에 참되고 올바르게 참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도 “베드로 성금은 모든 신자가 보편 교회를 위한 로마 주교의 자선 활동에 동참하고 있음을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러한 몸짓은 실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교황과 이루는 친교의 징표이고 형제들의 필요에 대한 관심의 징표로써 강력한 상징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교황의 사목활동 지원·지구촌 원조에 윤리적으로 활용
교황청 국무원은 최근 베드로 성금과 관련한 공지를 내고, 성금이 베드로 성인의 후계자의 보편 사명을 지원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교황이 수행하는 애덕 활동을 지원한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베드로 성금은 주로 교회의 중앙 조직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며, 자선 목적에 더 많이 사용하는 방안을 찾고자 성좌 안에서 연구와 성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 사목활동의 유지와 보장, 지구촌 원조와 기여라는 두 측면에서 윤리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베드로 성금은 모든 인도주의 지원 사업과 가난한 지역 및 어려움에 처한 교구를 위한 원조, 이민과 난민 돕기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고통받는 수많은 중남미 이주민을 위해 써달라며 멕시코 교회에 50만 달러(한화 약 50억 8000만 원)를 지원했다.
교황은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럽 내 지역 병원에 인공호흡기 기부하고, 긴급 선교기금과 ‘신성한 노동자 기금’ 등을 조성하면서 수십억 원을 기부했다. 전 세계 신자들의 정성이 교황의 손을 거쳐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베드로 성금의 연간 모금액은 약 5000만 달러(60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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