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이 합동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4일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꼭 한 달 전인 4일 하루 조문객은 1228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합동분향소에 온 조문객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자원봉사자와 이천시 공무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에게 요즘 하루 조문객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자 “단체 조문객이 간간이 온다”면서도 구체적인 숫자는 말끝을 흐렸다.
텅 빈 합동분향소에는 벽면을 채운 38명의 영정사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희생된 38명 중 30명은 화장만 한 채 임시 봉인됐다. 더구나 5명의 시신은 병원 영안실 냉동관을 떠나지 못한 상태여서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유족들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답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 경찰은 공사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와 원청시공사인 건우, 하청업체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고, 유족들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보상 문제 등을 협의하고 있지만, 수사와 보상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1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건축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도 물류센터 화재 사고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원교구 생명생태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지만, 유가족의 요청이 있으면 이천성당이나 분향소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화재사고가 점차 국민에게 잊히고 있어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법률 분야를 맡은 이천 유가족대표단 김지현씨는 “최근 대표단을 9명으로 늘려 협상에 나서고 있다”며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답답해 했다.
합동분향소에 놓인 영정사진 좌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등의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화는 이미 시들어 비틀어졌다. “청와대 시위 이후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에 유가족 한 명은 “글쎄요, 변한 것은 없는 거 같네요”라고 힘없이 답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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