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헌금이 코로나19 전보다 2배 많이 나왔네요.”
공동체 미사 재개 후 첫 주일이었던 지난 3일 전주교구 창인동본당. 이날 주일 미사에는 신자 250여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든 숫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주일 헌금은 전보다 2배가 넘는 340여만 원이 나왔다. 나춘성 주임 신부는 “신자 분들이 그간 미사 중단으로 봉헌하지 못했던 헌금까지 한꺼번에 내주셨다”면서 “오랜만에 미사성제에 참여한 기쁨에 어려워진 본당 사정까지 고려해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두 달여 만의 미사 재개 후 신자들이 속속 미사에 참여하면서 헌금 봉헌에 적극 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사 참여율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대체로 30~50% 선에 불과한 상황. 그런데 지난 2월 말 미사 중단 이후 8~10주 정도 신자들이 공동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탓에 “그동안 못 낸 것까지 내겠다”며 주일 헌금을 더 봉헌하는 것이다. 밀린 교무금뿐만 아니라, 미사 예물과 감사 헌금 봉헌에도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신천동본당 신자들은 미사 재개 전에도 사무실에 들러 교무금을 내고 가는 이들이 꽤 됐다. 그런데 미사 재개 뒤 신자들은 “본당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지 않았느냐”, “교무금 내지 못해 죄송하다”는 걱정까지 하면서 주일 헌금과 감사 헌금을 더 봉헌했다. 평소 주일 미사 참여자 수는 절반가량에 이르지만, 신천동본당의 감사 헌금은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정성환 주임 신부는 “교우들이 본당 공동체에 대해 상당히 큰 애정을 갖고, 본당 운영과 살림살이를 걱정해주시는 모습”이라며 “미사 전 신자 명부 확인과 발열 체크 봉사에도 적극 참여해주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신자가 깊은 신앙심과 더불어 본당을 위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전국 대부분 본당의 주일 헌금은 사실상 ‘0원’이었다. 미사 중단 시기 동안 받은 헌금이 평소 한 주일 헌금에도 못 미치는 곳도 많다. 본당 시설 관리비를 비롯해 직원 임금, 교구 납부금 등을 지출해야 하는 본당 살림살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사제들이 본당 재정 악화로 말 못할 고민에 빠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미사 재개 후 신자들 사이에서 이처럼 ‘우리 본당’을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춘천교구 주교좌 죽림동본당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4월 초 본당 온라인 계좌를 새로 개설했다. 본당 재정 상황을 위해 처음 온라인으로 주일 헌금을 받았는데, 약 3주 사이에 1500만 원이 넘는 헌금이 입금됐다. 매 주일 평균 헌금액 300만 원가량에 비하면 같은 기간에 더 많은 헌금이 입금된 사례다. 본당 사정의 어려움을 잘 인지하고 있는 신자들 덕분이었다.
수원교구 원곡본당 주임 김종훈 신부는 “성전을 신축을 위해 현재 임시 성전에서 지내는 상황이지만, 교우들이 코로나19 상황 중에도 사무실에 들러서 교무금과 건축 기금을 꾸준히 봉헌해주셨다”며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도 신자 여러분의 공동체 사랑으로 새 성전 완공의 기쁨을 함께 누릴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 많은 본당이 코로나19로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가 쉽진 않은 상황이다. 인천교구 주교좌 답동본당은 지난해 같은 기간인 2019년 3월 대비 본당 교무금 납부 및 헌금액이 3600만 원가량 줄었다. 인천교구를 비롯해 많은 교구가 사제들의 성무 활동비를 줄이거나 월급 일부를 본당에 봉헌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재정 운영 회복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답동본당 주임 김흥주 몬시뇰은 “본당 재정의 어려움을 알고, 지난 두 달 치 교무금을 적극 봉헌하는 등 신자들이 호응해주셔서 무척 감사할 따름”이라며 “미사 참여자도 차츰 많아지면 본당 살림도 회복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주교구 주교좌 내덕동본당 주임 최광조 신부도 “코로나19로 교구 납부금은 두 달 동안 내지 못했고, 미사가 재개된 뒤에도 본당 운영비와 시설 관리비를 겨우 맞춰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여러 신자 분이 밀린 교무금과 내지 못한 주일 헌금을 많이 내주고 계시다”고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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