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알림마당

Home

게시판 > 보기

교회소식

무료급식소 닫고 배달로 식사 전달… ‘안나의 집’ 도시락 제작 현장을 가다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3-19 조회수 : 2321

무료급식소 닫고 배달로 식사 전달… ‘안나의 집’ 도시락 제작 현장을 가다

“하루 한 끼 먹는 이웃들… 굶게 할 수는 없잖아요”

1998년부터 노숙인 무료 급식
코로나19로 급식소 문 닫고
30명 모여 700개 도시락 제작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부분이 문을 닫고 운영을 중단한 탓에 노숙인 등 소외계층은 따듯한 밥 한 끼를 먹는 기회마저 잃고 있다.

1998년부터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온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신부)은 2월 24일부터 급식소를 열지 않는 대신 도시락을 만들어 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먹는 한 끼로 하루를 연명하는 ‘가족’들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현장에는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스스로 함께 손을 잡는 봉사자들이 있다.

▲안나의집 봉사자들이 노숙인들에게 전달할 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 아름다운 사람들

기자가 찾은 3월 6일 도시락 메뉴는 카레덮밥, 어묵국 등이었다. 오전 10시경부터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후, 알아서 재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하는데 손을 보탰다. 조리가 끝나면 1시부터 4시까지 포장하고 4시부터 5시까지 도시락을 나눈다.

요즘 안나의집을 찾는 봉사자 수는 30명 선이다. 기업 등 단체의 봉사가 끊겨 거의 개인 봉사자들이다. 그래도 개강이 미뤄진 대학생들, 불교 신자 부부 등 종교와 계층을 넘어서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안나의집에 출근하다시피 하는 김명기(마르타·74·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씨는 “매일 오전 10시경 안나의집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나눠주는 시간까지 대기한다”고 했다.

그는 “안나의집은 기도하는 집이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곳이기에 코로나19가 겁나지 않는다”며 “나보다 더 못한 이들을 위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고, 더 많은 이들이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인 다니엘라 파티갸티(Daniela Fatigati·52)씨는 매주 한 번 꾸준히 봉사를 위해 안나의집에 온다. 약 3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일이다. 코로나19에도 그의 발걸음은 이곳을 향한다.

“특별히 이 시기는 더 마음과 행동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그는 “위험한 때이고 걱정도 되지만, 우리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고 했다.

김하종 신부는 “사회적 격리로 여러 명이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어려운 이들을 섬기기 위해 안나의집을 찾고 기쁨으로 도시락을 함께 만드는 이들은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천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하루 한 끼’로 사는 사람들 외면 못 해

안나의 집은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급식소 문을 닫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 안나의집 대표 김하종 신부가 노숙인들에게 나눌 도시락에 국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급식소 운영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예방 차원으로 도시락 나눔을 결정했다. 이는 많은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가능한 일을 찾아 ‘안아주고 나눠주며 의지가 되는’ 안나의집 운영 목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30년 가까이 안나의집에서 식사를 한 이들은 외면할 수 없는 친구이고 사랑하는 가족과 같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실질적인 계기는 한 이탈리아 독지가가 800만 원을 선뜻 지원하면서다. 그러나 후원이 줄면서 후원 물품으로 만들던 식자재 부담도 늘어나고, 도시락 일회용품도 사야 하는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에 코로나19의 여파가 장기화한다면 도시락 제작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락 받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처음 400개 정도에서 최근에는 약 700개 가까이 제작 개수도 늘었다. 확보되지 않은 예산과 봉사자 인력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도시락이 담긴 봉투 속에는 마스크와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수 있는 빵과 음료가 담긴다. 3월 11일부터는 인근 제2대리구 성남동성당(주임 최재철 신부) 배려로 성당 마당에서 도시락을 배분하고 있다.

안나의집 측은 “코로나19로 앞으로 언제까지 도시락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위기 속에 희망의 빛을 보았고, 봉사자들을 보며 사회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선함이 가득한 아름다운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도시락 제공에 계속해서 관심과 후원을 보내달라”고 밝혔다.

안나의집은 취약계층 노숙인 돕기 ‘도시락 지원 5000원 후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문의 031-757-6336 안나의 집, 010-2338-7429 사회복지사 김민희씨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