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면서 SNS를 통해 강론을 공유하고, 메시지로 신자들의 안부를 묻는 사제들이 많아졌다. |
“친애하는 상현동본당 신자 여러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대 방지에 대한 사목적 조치로 미사 중단과 함께 신자들을 만날 수 없게 되어 가슴이 답답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위기는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하며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중략) 화이팅합시다. 사랑합니다. ♡♡본당 신부 송영오 베네딕토♡♡”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적으로 회중 미사가 중단된 가운데 신자들의 영적 공백을 막기 위해 강론을 공유하고, 안부 메시지를 보내는 사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수원교구 상현동본당(주임 송영오 신부) 신자들은 미사가 중단된 이후, 본당 신부에게 3번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신자들이 성당에 안 오니까 사제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양 떼 없는 목자가 성당을 지키고 있는데 허탈하고, 신자들과 영적인 이별을 한 것 같았습니다. 비록 재의 수요일에 신자들 이마에 재를 얹지 못했지만, 신자들 마음에 재를 얹어 드리며 예수님이 고난에 동참하자고 기도했습니다.”
송 신부가 보낸 두 번째 메시지는 A4용지 2쪽 분량이나 됐다. 신자들의 마음을 울린 메시지는 타 본당 신자들에게도 전달됐다. 지구장인 송 신부는 지구 사제들에게도 공유했다. “많은 신자가 미사, 영성체를 할 수 없음을 속상해하지만, 신앙 안에서 성체의 공복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위장의 공복이 음식에 고마움을 느끼듯이 영적인 성체의 공복이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영적 목마름과 배고픔의 시련도 용기 있게 이겨내는 것도 우리 가톨릭 신앙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신부는 “미사 중단으로 하느님과 신자들이 만나는 통교의 장이 사라졌는데 신자들이 얼마나 허망하겠느냐”면서 “영적인 목마름, 성체에 대한 갈망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가정사목을 해온 송 신부는 가정 신앙생활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녀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는 시기에 가족이 함께 모여 가정기도를 바친다면 가정기도가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신부는 부활을 앞두고 냉담자 명단을 파악해 편지를 보낼 계획이다. 그는 “미사 중단으로 냉담자가 양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교회는 오히려 냉담자들이 돌아올 것을 준비해야 한다”며 “많은 냉담자가 새롭게 시작될 미사성제와 영성체에 함께 초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신자들에게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SNS를 통해 강론을 공유하며 신자들과 소통하는 사제들이 많다. 인천교구 이우진(불로동본당 주임) 신부는 유튜브와 네이버밴드에 강론과 성경을 한 장씩 낭송해 올리고 있다. 조명연(갑곶순교성지 담당) 신부는 다음 카페와 카카오스토리, 이병근(답동본당 보좌) 신부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신자들과 소통한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본당 사제들에게 강론을 작성해 본당 신자들에게 전해 주고, 신자들의 안부를 묻고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 등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인천교구 사제들은 돌아가며 ‘코로나19로 어려움 중에 있는 교구민들을 위한 「매일 강론」 코너’를 진행, 강론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주교회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본당 공동체 미사 중단 기간에 교구와 본당 및 사제 개인이 온라인 미사와 강론을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유튜브 영상 채널은 5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