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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특집]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3-08 조회수 : 2114

[여성의 날 특집]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여성은 모든 생물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통해 이해할 수 있어

성경 기록된 당시 사회가 가부장적
곳곳서 남성 중심 서술 볼 수 있지만
예수는 여성 차별 관습서 벗어나 행동

   

 

▲웬젤 피터의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 일부.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근로 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다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다.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고, 1977년에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선언했다. 한국에서는 2018년 공식 법정 기념일이 됐다. 양성평등 문화가 확산하는 추세지만, 2019년 12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분야의 성별 격차가 해소되려면 99.5년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한국은 153개국 성별에 따른 격차 분석 결과에서 중국(106)보다 낮은 108위를 기록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경 안에서, 또 교회 가르침 안에서는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알아본다.


■ 성경에서의 여성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남녀 모두 하느님 모상에 따라 존엄하게 창조되었다’는 구절은 남녀 모두에 대한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아울러 여자의 신원을 드러낸다.

여자는 남자와 상관관계로 그려진다. 아담의 갈빗대에서 남자를 돕는 협력자로서(창세 2,18) 탄생한 하와는 그처럼 남자와 여자가 서로서로 필요로 하는 존재(창세 2,22-25)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성경이 기록된 사회적 배경이 가부장 사회였고, 저자들이 남자였다는 면에서 성경 안에는 가부장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약에서 여성은 남자에 비해 적게 등장하고 남자에게 종속된 형태다. 남성 중심으로 여성의 필요성이 논해지고 여성 개인보다 가정이 우선시 됐다.

주로 여성들은 어머니의 역할에 명예와 권위가 주어졌다. ‘하와’라는 어휘가 ‘생명’을 뜻하는 히브리어에서 유래했듯 성경은 여성을 생명과 동일시한다.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창세 3,20)는 구절에서처럼 여성은 인간 사회에 첫 생명을 준 존재이며 모든 생물의 어머니로 그려진다.

지위 면에서는 남성보다 열등했다. 공적인 경신례예 참석할 수 없었고, 순례의 의무도 남자에게만 해당됐다.(탈출 23,17) 아내들은 안식일을 엄격히 지켜야 할 사람으로도 여겨지지 않았다.(탈출 20,10)

경신례 이외의 일에서는 율법이 여성을 보호하고 배려하고 있음을 찾을 수 있다. 가문을 이어주는 존재(신명 25, 5-10)였기에 고유한 생명 전수에 관해서는 그 역할이 더욱 두드러진다.

가정 밖에서의 역할을 볼 때, 역사 안에서 중요한 몫을 맡은 여성들의 출현도 발견된다. 여성 경신례 관리자들이 성전에서 봉사하는 모습(탈출 38,8) 등도 볼 수 있고, 여성 예언자들이 활동하는 장면이 역사 전체에서 찾아진다.

「가톨릭대사전」에서는 이를 두고 “여 예언자들은 찬양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이는 여성이라는 점 자체가 하느님의 역사(役事)에 조금도 방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언급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64항에서도 밝히듯, 여성 예언자 중에서 미르얌, 드보라, 안나, 유딧, 에스테르 등은 이스라엘 구원에 대한 생생한 희망이 됐다. 에스델은 바빌론 포로 후기 시기에 많은 이들을 유다교 신앙으로 돌아오게 했고, 구약 시대 여성의 이상형으로 꼽히는 유딧은 ‘모든 일에 하느님의 보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신약에서 여성들은 특별히 예수의 생애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았다. 탄생에서도 마리아와 엘리사벳, 그리고 여러 믿음의 여인들이 등장하고(루카 1~2), 공생활 안에서도 예수는 여성들과 긴 대화를 나눈다.(마르 7,24-30 등) 또 여성들을 가르쳤고(루카 10,38-42) 함께 다녔다.(루카 8,2-3) 또 여성들은 수난과 부활의 증인이 된다.

특히 교회의 첫 여성들은 예수를 따라 함께 여행한 여성들(루카 8,1-3)이었다. 이런 면에서 예수는 여성들을 차별하던 당시 관습에서 벗어나 있었다.

바오로 서간들은 여성들이 초기 그리스도 운동의 사명과 직무에서도 매우 활동적이었음을 노출한다. 로마서 16장에서는 드러나는 신자 29명 중 10명이 여성이다. 그들은 사도 바오로와 함께 활동한 이들이었다.

그러나 신약의 중·후기 문서들에서는 여성에 대한 태도가 보수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여성이 점차 교회 공직에서 배제되고 교회가 가부장화 된 모습도 찾아진다.


▲한국교회 최초의 여성 쁘레시디움인 목포 산정동본당 ‘평화의 모후’ 첫 주회합.(1953년)



2013년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열린 ‘여성 어울 한마당’.




한국교회 곳곳에서 여성들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거리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펼치는 여성 신자들.


■ 교회 가르침 안에서의 여성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재위 10년째 되는 해인 1988년 8월 15일 사도적 서한 「여성의 존엄」을 발표한다. 총 9장 31항으로 구성된 이 서한은 교황이 여성의 존엄한 정체성과 소명에 관해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전하는 편지로서, 마리아의 존엄과 소명을 통해 여성을 이해하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성모 마리아를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인간성을 대표하는 분으로 묘사한 서한은 여성의 인격적 존엄의 정점 및 원형을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천명한다.(4항) 성모 마리아는 여성의 특성 및 여성적인 것을 온전히 완성하는 분으로 설명된다.

인간은 모두 ‘하느님의 모상과 닮은 꼴’이라는 면에서 남성 우위 또는 남성 중심적인 현실이 잘못된 것임을 비판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은 창조 때부터 ‘둘의 합일체’임이 강조된다. 그리고 연대성이 남녀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적 가치이며 인간 본성이 본질적으로 이타적이라는 점도 드러낸다.(7항)

서한은 예수의 행적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 차별은 전혀 복음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인간 특히 남성과 여성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 그분 말씀과 행적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부활의 첫 증인으로 막달라 마리아가 선택된 것은 그 결정적 증거(16항)다.

모성과 동정은 인격을 완성하는 두 가지 독특한 차원임이 제시(17항)된다. 모성은 본래부터 여성의 몫이고, 아이를 잉태하고 자신을 조건 없이 내어 주는 것이 모성의 차원이며 생명의 신비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현상(18항)임을 밝힌다.

또 현대의 물결 앞에서 여성들이 이루어낸 복음적 전통은 하느님 자신의 생명력 안에서 성령과 더불어 사랑의 인격적 실체로서 이루어낸 ‘사랑의 경륜’을 드러낸다(29항)고 역설한다.

더불어 여성들은 온전히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존재이며, 여성의 실존은 하느님의 강생과 구원 사건을 실현하는 길이며, 여성들의 존재론적 능력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우리 시대의 공동선을 위해서도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음(31항)이 부각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서한을 마무리하며 “마리아의 이름으로 성숙한 여성들이 현대 사회 안에서 지극한 존엄함을 유지하면서 그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가능하며, 인격적-영적 성숙 안에서 위대한 전통을 이어갈 것”을 격려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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