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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앉아 벽 보고 식사하는 교황님의 혼밥(?)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0-03-05 조회수 : 2750


돌아앉아 벽 보고 식사하는 교황님의 혼밥(?)
[엉클 죠의 바티칸 산책] (12)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 비결



▲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일 아침 산타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경당 벽면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 부착돼 있다. 【CNS 자료 사진】


광이불요(光而不曜)! 노자가 도덕경에서 제시한 지도자의 최고 덕목입니다. ‘밝게 빛나지만, 그 빛으로 남의 눈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해탈이 이런 것일까요? 광이불요나 해탈, 보통 사람들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경지입니다.


동서양 철학을 섭렵한 석학이자 개신교 신학자인 도올 김용옥이 유튜브에서 성경을 해설하는 강의를 최근 들은 적 있습니다. 김용옥은 메이렐레스 감독의 영화 ‘두 교황’을 극찬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해 “해탈하신 분”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동안 관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해탈의 개념이 실증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교황청 대사로서 교황님과 함께 생활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저명한 인문학자가 교황님을 해탈하신 분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니 말입니다.


3월 13일은 교황청 국경일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개천절과 같은 국가 기념일(공휴일)이지요. 교황청의 국경일은 좀 특이합니다. 교황이 바뀔 때마다 국경일 날짜가 달라집니다. 교황 선출일이 국경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료 추기경이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었고, 베르골료는 자신의 교황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정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대체 어떤 분이신가? 시쳇말로 인기 비결이 무엇일까? 교황님을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의 소박한 삶입니다. 교황님은 사도궁 관저를 놔두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공동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구내 경당에서, 구내식당에서 교황청 사제들은 물론이고 외부 인사들과 수시로 만납니다. 교황님 특유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교황님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식당 입구에서 좀 떨어진 구석에 전용 식탁이 있는데, 음식을 식판에 손수 담아 와서 홀(hall)을 등지고 벽을 향해 앉아 음식을 드십니다. 홀을 보고 식사할 경우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사제들을 배려한 것이겠지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의 생활은 교황님의 소통과 배려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째, 간절한 성모 신심입니다. 교황님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발다키노(baldacchino, 天蓋) 아래 중앙 제대 한쪽 기둥에 성모상을 모셔놓고 미사 전과 미사 후에 성모님께 기도드립니다. 기도하는 모습이 간절하다 못해 처연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전례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지요. 전임 교황들도 이렇게 하지 않았답니다. 교황님은 해외 순방을 할 때 로마에서 출발하기 전 성모 마리아 대성전(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들러 성모님께 출국 기도를 드립니다. 귀국했을 때에도 이곳에 들려 성모님께 귀국 기도를 드립니다.


셋째, 특유의 기도 방식입니다. 교황님은 손님들을 만날 때 축복 기도를 해주신 다음 반드시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합니다. 일반알현 때나 삼종기도 때도 세상의 평화를 위해 먼저 기도하신 다음, 회중에게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라고 마무리합니다. 좀 특이하지 않습니까? 아마 성모님께도 그렇게 하실 것 같습니다. “성모님이 천사의 말을 경청하셨듯이, 저도 하느님 백성의 말을 경청하겠습니다. 성모님이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셨듯이 저도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겠습니다. 성모님처럼 경청과 순명의 삶을 살겠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 성모님과 같은 경청과 순명! 교황님의 모든 것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교황님은 성모님 앞에서 전구의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 다짐의 기도를 하는 게 아닐까요?


누구나 좋은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실행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앎과 삶이 다른 지도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교황님은 그런 교활한 위선자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배려와 소통, 경청과 순명,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에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백만(요셉, 주교황청 한국대사)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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