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배필이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셨고, 신앙인의 모범이었던 성 요셉. 마리아를 애정으로 보살펴 주고 예수 그리스도의 양육에 헌신했던 성인은 ‘강생’에 동참하면서 구원 역사의 수호자가 된다.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삶을 묵상하는 성 요셉 성월을 맞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구세주의 보호자」에 드러난 요셉 성인의 인품과 사명에 대해 알아본다. 「구세주의 보호자」는 1889년에 발표된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이미 여러 번에 걸쳐」 반포 100주년을 기념해 1989년 8월 15일 선포됐다.
▲서울 중림동약현본당의 성요셉상.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마리아와의 혼인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마태 1,21)
약혼자의 ‘놀라운’ 모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던 요셉을 주의 천사는 마리아의 모성의 신비 안으로 끌어들인다. 마리아는 법적으로 요셉이 ‘남편’이 되면서 성령의 힘으로 어머니가 될 수 있었다. 또 태중의 아들은 ‘예수’라는 이름을 받게 되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 간에 그리 특별하지 않았던 예수라는 이름. 그러나 마리아의 아들은 예수라는 이름-여호수아-의 뜻 즉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를 완전히 성취하게 될 하느님의 아들이었다.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인 요셉은 성령으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아들과 더불어 그녀를 받아들인다. 이는 마리아의 순종 태도처럼 순응하는 마음과 자세를 드러내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 하느님 신비의 보호자
요셉은 하느님 말씀이 결정적 순간에 전해졌을 때 그 말씀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그가 행한 것은 가장 분명한 ‘신앙의 순종’이라 할 수 있다. 그 자신의 특별한 방식으로 마리아의 신앙에 온전히 일치한 것이다.
마리아와 더불어 요셉은 신적 신비의 최초 보호자다. 마리아와 함께, 마리아와 관련하여 요셉은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 자기 계시의 마지막 단계에 동참하고 또 처음부터 그렇게 하였다.
요셉은 하느님 모친의 신앙에 동참하는 최초 인물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 탄생 고지 때 보인 신앙 안에서 그의 배우자 마리아를 후원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요셉은 하느님에 의해 마리아가 걷는 ‘신앙 여정’의 동반자로 선택된 최초 인물이다. 이 길은 골고타 십자가 길의 순간과 성령 강림 때 마리아가 완전한 방식으로 걸어간 여정이기도 하다. 비록 그의 신앙 여정은 성모 마리아보다 먼저 끝났지만, 신앙의 길은 마리아와 똑같은 방향이었다.
이러한 일치 때문에 성 요한 23세 교황은 요셉의 이름이 로마 전례 미사 전문 안에서 마리아의 이름 다음에 그리고 사도들과 교황들과 순교자 이름 앞에 삽입되도록 지시했다.
■ 부성의 봉사
복음사가들은 예수가 성령의 능력에 의해 잉태됐고 또 동정성이 결혼 중에도 손상되지 않았음을 명백히 단언하면서 요셉을 마리아의 남편으로, 마리아를 그의 아내로 묘사한다.(마태 1,16.18~20.24, 루카 1,27 : 2,5 참조)
하느님이 요셉을 마리아의 배우자로 선택하신 배려는 그로 하여금 부친으로서 예수를 보호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런 부자 관계로 인해 요셉은 그리스도와 최대한 가까워졌다.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 토마스는 혼인의 본질을 분석하면서 항상 혼인을 ‘영혼들의 불가분적 일치’와 동일시했다. 또 ‘마음들의 결합’을 ‘동의’와 동일시했다. 마리아와 요셉의 혼인 안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모범적으로 발견됨을 볼 수 있다.
아담과 하와가 세상 안에 스며든 악의 근원이었던 반면 요셉과 마리아는 이 땅의 모든 사람 위에 성스러움이 확산하게 해준 정점이다. 그리스도는 순결하고 거룩한 이런 결합에 의해 구원 사업을 시작하셨고, 이로써 가정을 깨끗하게 하고 거룩하게 하는 전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느님의 신비로운 계획을 통해 하느님의 아드님이 기나긴 세월동안 은둔 생활을 보내셨던 곳은 이 성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교 가정을 위한 원형이고 모범이다.
요셉은 부성의 실행을 통해 예수의 인격과 사명에 봉사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배필인 성 요셉의 대축일을 위한 로마 미사 경본 감사송에서 보듯이, 전례는 인류 구원의 시작이 요셉의 충실한 수호에 내맡겨졌음을 상기시키면서 ‘그가 부성적 보살핌으로 자기의 외아들을 양육할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그를 충실하고 지혜로운 종으로서 성가정의 가장으로 세우셨다’고 강조한다.
■ 남편
요셉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끝까지 신실했다. 그리고 단지 ‘주의 천사가 알려준 대로 행하기만’ 했다. 이 첫 번째 행동은 그가 ‘살아간 생활 방식’의 시발점이 됐다.
‘의로운’ 사람 요셉은 남편으로서의 분명한 특징을 드러낸다.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에 대해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루카 1,27)로 언급한다. 요셉은 이처럼 마리아와 함께 살기 전에 이미 그녀의 ‘남편’이었다.
요셉은 자신의 완전한 희생을 통해 하느님 모친에 대한 너그러운 사랑을 표현하였고, 또 그녀를 위하여 남편으로서 ‘자신을 선사’했다. 그는 마리아 안에서 실현돼 가는 하느님 계획에 간섭하지 않으려 뒷전으로 물러섰음에도 천사들의 명백한 명령에 따랐고 마리아를 맞았다. 또 절대적으로 마리아가 하느님께 속해있다는 사실을 존중했다.
요셉과 마리아의 유대는 베들레헴의 가난 안에서, 그리고 이어서 이집트의 피난 생활 중에 또 나자렛 집안에서 성가정 생활의 핵심이었다. 교회는 이 가정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또 이 가정을 모든 가정의 귀감으로 제시한다.
비오 9세 교황은 1870년 거룩한 선조 요셉의 보호 아래에 교회를 내맡기려는 염원에서 그를 ‘가톨릭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고 3월을 성 요셉 성월로 정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를 두고 “이 같은 수호는 교회를 위하여 갈수록 필요한 것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그것은 모든 위험에서 교회를 보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종교와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고된 시련에 봉착한 지역과 나라들 안에서 추진돼야 할 재복음화 및 세상 복음화에 교회가 새로운 방식으로 투신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라 했다. 이 자극이야말로 진정 일차적인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