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조 주일 기획] 기후변화, 누가 더 고통받나
인류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 가난한 이 피해 더 심각
부유한 국가 무분별한 소비로 야기된 지구 온난화
농업에 막대한 피해 주고 해안가 사는 이 생존 위협
가난한 이와 ‘공동의 집’ 지구 위한 기도와 도움 절실
발행일2020-01-19 [제3179호, 1면]
전 세계 8억 명 이상은 영양실조 상태고, 세계 인구 중 3분의 1은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매년 20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2050년에는 자연 재난으로 인해 최대 10억 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비극 뒤에는 ‘기후변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영양실조는 농업 생산 불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 부족은 가뭄, 폭염 등 기후재난과 직결된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 25항에서 “기후변화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환경, 사회, 경제, 정치, 재화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흔히 ‘지구 온난화’라는 말로 대표됐던 기후변화는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도 부족해 이제는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을 정도다.
국제카리타스(의장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는 지난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21차 총회에서 기후변화와 환경위기 상황을 성찰하며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긴급한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
한국교회의 공식 해외 원조 기구이자 국제카리타스 정회원 기구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김운회 주교)도 2020년 활동 주제를 ‘인류는 한 가족, 우리 공동의 집’으로 정하고 기후변화 등 생태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같은 가난이라도 ‘부자의 가난’과 ‘빈자의 가난’이 전혀 다르듯, 기후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기후로 인한 부자의 고통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혹한과 폭염을 겪는 것에 그친다면, 가난한 이의 고통은 생계수단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고 심지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정도다.
기후변화의 또 다른 문제는 정작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이들은 따로 있는데, 피해는 가난한 이들에게 훨씬 크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부유한 국가들의 엄청난 소비로 야기된 온난화는 지구촌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아프리카의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가에 사는 가난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기후변화에 관하여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찬미받으소서」 52항 중)
또 교황은 ‘공동의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남의 일인 듯 바라보고,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의 형제자매가 관련된 이 비극에 대한 우리의 부실한 대응은 모든 시민사회의 기초인, 우리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5항 중)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우리의 참된 회개와 내적 변화 또한 요구된다. 우리의 내적 평화는 생태계 보호와 공동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찬미받으소서」 225항 중)
1월 26일은 해외 원조 주일이다. 주교회의는 1992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의 2차 헌금을 해외 원조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이번 해외 원조 주일에는 불타고 있는 ‘공동의 집’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기도와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누구든지 세상 제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1요한 3,17)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출처: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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