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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감귤`…타케 신부가 제주에 남긴 선물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9-12-23 조회수 : 1391

‘십자가와 감귤`…타케 신부가 제주에 남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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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9-12-20 03:00





[앵커]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 그리고 봄철 여의도를 장식하는 왕벚나무.

이 두 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것을 밝힌 사람이 가톨릭 신부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바로 파리외방전교회 출신 에밀 타케 신부인데요.

선교사이자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 신부의 삶을 이학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손에는 십자가, 다른 한 손에는 감귤을 든 푸근한 인상의 서양인 신부.

서양화가 정미연 화백이 그려낸 에밀 타케, 한국명 엄택기 신부의 모습입니다.

타케 신부는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와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린 식물학자입니다.

한라부추와 섬잔대 등 학명에 타케 신부의 이름이 들어간 식물도 120종이 넘습니다.

주님의 피조물인 제주의 식물 하나하나를 고귀한 보물로 여겨 관찰하고 기록한 타케 신부.

한국을 사랑한 에밀 타케 신부의 이러한 삶은 벚꽃 필 무렵엔 물론이고 성탄시기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선교사 에밀 타케 신부의 삶을 되새기는 심포지엄이 제주에서 열렸습니다.

제주교구와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는 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사제들과 연구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기조강연을 맡은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타케 신부가 식물학자이기에 앞서 제주와 한국을 사랑한 ‘진정한 목자’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창우 주교 / 제주교구 부교구장>
“(에밀 타케)신부님께서는 채집가로서의 일보다는 선교사로 평생을 수행한 조선의 그러한 따뜻한 마음과 소박한 삶들에 영향을 받고 또 미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타케 신부님은 한마디로 식물채집가라는 어떤 괴짜 선교사가 아니라 평생을 진짜, 진짜 선교사로서 몸과 마음을 바친 훌륭한 신부님이셨다는 생각이 들면서….”

1902년, 젊은 타케 신부가 처음 찾은 제주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1901년 ‘신축교안’으로 불리는 천주교인과 제주도민의 큰 충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신자들과 선교사가 희생됐고, 갓 걸음마를 뗀 제주교회는 곧장 침체기를 맞았습니다.

제주에 머무른 13년 동안 타케 신부는 사랑의 힘으로 교회를 서서히 키워 나갔습니다.

타케 신부는 고압적인 전임자들과는 달리 제주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했습니다.

먼저 외진 하논 분화구를 벗어나 사람이 많은 홍로마을에 초가 성당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특유의 포용력으로 열성적인 사목에 나선 결과 신축교안 직후 반토막 났던 신자 수는 10년 뒤엔 네 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1911년 제주에는 2개 본당이 있었고, 신자는 400명, 예비신자는 1500명이 넘었습니다.

타케 신부가 한라산을 누비며 식물채집에 나서고, 식물표본을 만들어 판 것은 부족한 선교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타케 신부는 또 1915년 목포로 진출해 남서해안의 섬을 돌며 공소를 돌봤습니다.

대구에서는 성유스티노신학교 교수와 학장을 역임하며 한국인 사제 양성에도 힘썼습니다.

타케 신부는 1952년 선교 종착지로 삼은 대구에서 선종, 대구대교구청 성직자 묘지에 묻혔습니다.

타케 신부는 55년 동안 한국 땅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소임에 충실한 채 한국에서 선교사로 산 것입니다.

▲ <제주의 감귤을 축복하시다> 서양화가 정미연(아기예수의데레사)作


그가 남긴 유산은 그가 가장 사랑한 제주 땅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감귤’입니다.

일본에서 사목하던 포리 신부로부터 받아 이웃에게 나눠준 감귤나무 묘목 14그루가 오늘날 흔히 먹는 ‘온주밀감’입니다.

제주교구는 다시 움을 틔우고 신앙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복음화율은 전국 교구 가운데 4번째로 높습니다.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십자가와 감귤.

그 속에는 선교사로서 풀꽃 같은 삶을 산 에밀 타케 신부의 영성이 짙게 담겼습니다.

cpbc 이학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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