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주 화요일 기후변화와 관련한 쟁점과 이슈, 국내외 환경 뉴스를 통해 기후 정의를 생각해보는 코너죠.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하는 <기후 정의를 말한다>
오늘은 이윤희 선임연구원과 함께 포장재 폐기물 문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난번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 다뤘는데요. 오늘은 포장재 쓰레기에 대해 얘기해 주신다고요?
▶네, 두 달 전인 거 같네요. 그 때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핵심은 양 자체를 줄이는 것, 그리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 두 가지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는 포장재 쓰레기도 마찬가지인데요. 우선 양 문제를 먼저 짚자면, 일단 포장재가 모두 플라스틱으로 된 건 아니지만 청취자분들도 일상생활에서 상당 부분 느끼셨을 것 같은데 그 양이 상당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2년~2014년까지 발생한 플라스틱 생산량 중 45%가 포장용이라고 하고요. 우리나라는 지난번에 말씀드렸다시피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처럼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도 세계 2위라고 합니다. 연간 비닐 사용 개수는 15년도 기준 420개, 하루 1.15개로 핀란드의 100배라는 놀랍고 부끄러운 통계도 있고요.
더 심각한 건 이런 추세로 가면 50년에는 지금의 20배까지 늘어날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아마 작년 대란 이후 본인의 일상을 둘러보고 내가 무심코 한 두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가 엄청나구나 이렇게 느낀 시민분들이 적지 않으실 것 같은데 여기서 20배 더 늘어나다니 상상하기도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1인당 포장재 쓰레기 배출량이 세계 2위라니 씁쓸하네요. 플라스틱 사용이 지나친 것도 문제지만 절반 가까이가 한 번 쓰고 버리는 포장재라는 게 더 심각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그렇습니다. 포장은 제품의 안전한 운송과 보관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도 있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 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샌가 제 역할을 넘어서 지나친 포장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오늘 날의 사태가 된 건데요. 그 심각성은 시민들이 과도한 포장재에 부담을 느끼고 문제 제기를 하는 정도까지 이르렀는데요.
예전부터 내용에 비해 포장재가 너무 크고 겉치레가 심한 과대포장, 대형마트의 이중삼중 포장이 너무 심하다고 일반 시민들이 실제 내용물과 포장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거나 여러가지 퍼포먼스 등을 통해 그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었고요. 최근엔 플라스틱을 샀더니 선물이 덤으로 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상품 하나에 포장재가 몇 가지 그것도 각각 다른 소재로 되어있다 보니 분리배출에 드는 수고와 노력도 늘어나고 있고요. 실제 인터뷰 등을 해보면 플라스틱 포장재나 일회용품을 거부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분리배출이 힘들어서라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택배 한 번 받거나 장 한 번 보고 오면 포장재 뜯고 종류별로 나누는 게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시민 대부분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공감하죠. 아파트마다 분리배출하는 요일이 다르잖아요. 쓰레기가 많아서 무겁고 또 힘든데요. 택배 얘기하셨는데 인터넷 쇼핑이 활발해진 것도 포장재 쓰레기 증가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맞습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실적이 7대 3이라고 할 정도로 인터넷 쇼핑이 증가했는데요. 그런데 그만큼 택배 물량이 늘어나고 결국 마지막엔 포장재 쓰레기도 같이 증가한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가 49회에 달한다니 대한민국 국민 모두 대략 일주일에 한 번은 택배를 이용하고 그로 인한 포장재 쓰레기가 또 생긴다는 거고요. 사실 저도 바쁘다거나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쇼핑을 자주 하는데요.
저도 요즘 택배 두어 개 받고 나면 바로 문 앞에 쌓이는 빈 상자며 완충재들, 또 그 안에 원래 상품을 포장하는 포장재들을 보고 인터넷 쇼핑을 좀 줄이고는 있는데요.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동네 상점에서 구입한다면 지역 상권과 영세상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올바른 해법은 아니고요. 과대포장을 줄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나 구조의 포장재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작년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가 이런 포장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요.
▶네. 우선 큰 테두리에서 환경부가 올해 5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절반으로 저감을 목표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는데요. 무엇보다 플라스틱 제품이 일단 생산되면 소각, 매립 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생산-소비-배출-수거-재활용의 각 단계별로 대책과 목표를 제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포장재 관련 내용만 살펴보면 특이한 색상이나 복합 재질 사용 등 재활용이 어려운포장재는 사용을 제한하고, 그 동안 재활용 의무가 없던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에도 의무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고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대형마트 행사상품의 이중
포장을 없애고, 제품 입점 전에 포장검사를 실시해서 입점 자체를 방지한다고 합니다. 이중에 시민분들이 이미 체험하신 것도 있는데 대형마트에서 1회용 비닐봉투 이용이 엄격하게 제한됐죠.
앞서 지적된 택배로 인한 운송포장재 대책은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 때문에 1월에 감량 지침
이 나왔었는데요. 주요 내용은 △재사용 가능한 상자 이용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식품 등에는 상자의 재사용을 활성화할 것 △비닐 에어캡을 종이 완충재로 전환하는 등이었고요. 좀 더 구체적인 유송포장재의 과대포장 방지 가이드라인을 이번 달 10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니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기대가 됩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서 과대포장 문제가 좀 해결됐으면 하는데 이번 추석 명절에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고요?
▶네,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설과 추석 연휴는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과대포장 제품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그만큼 포장재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기간입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연평균 약 4000건 정도 포장 관련 규정 위반 사례를 조사하는데 설과 추석연휴에 문제가 집중되다보니 70% 정도 검사를 해당 기간에 시행해왔습니다.
올 추석에도 환경부에서 과대포장단속반을 편성하고 전국 17개 시도 유통매장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 기간에 나섰었는데요. 주요 내용은 1차 식품, 가공식품, 제과류 등 선물 세트의 경우 2회 이상 포장하면 안 되고 제품대비 포장 공간 비율이 25%를 넘지 말 것 등이었습니다. 선물세트의 문제는 과대포장 뿐 아니라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소재 역시 많이 쓴다는 건데요.
고급스럽다는 이유로 선물 포장에 자주 쓰이는 부직포 가방과 보자기 등은 재활용이 안 되거든요. 제일 좋은 것은 코팅 안 된 종이백, 손잡이까지 종이로 만든 것인데 내용물이 무겁거나물에 젖거나 하면 쉽게 찢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업계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친환경 포장재라고 스티로폼 박스가 종이상자로 바뀌거나 하는 경우를 본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나요?
▶네. 사실 친환경 포장재는 기업들마다 꽤 오래 전부터 시도하고 있긴 했었는데요. 최근에 강력한 정부 규제, 무엇보다 소비자의 문제 제기가 맞물리면서 기업들도 예전에 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추석선물 포장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면 냉장 정육 등엔 거의 쓰던 스티로폼 박스 대신 종이 박스를 도입하거나, 과일 선물 세트 내부 완충재도 스티로폼류에서 종이소재로 바꾼 것도 볼 수 있었고요.
CJ제일제당의 경우에는 이번 추석에 출시한 300여 종 선물세트 포장재를 전량 교체해서 자체 평가 기준으로 올 추석에만 총 49톤의 플라스틱을 줄였다고 하고요. CJ 오쇼핑,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비닐, 부직포, 스티로폼을 쓰지 않는 3무 포장재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고요.
역시 이번 추석에 주문한 추석 선물에는 종이테이프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에코 테이프리스 상자를 이용했는데 개봉 뿐 아니라 분리배출도 편리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하더라구요. 과거에 친환경 포장재를 기업 이미지와 마케팅의 측면에서 일부 제품에만 적용했다면 이제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혀서 전 제품에 적용하겠다는 마스터플랜도 나오고 있으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매주 화요일 전해드리는 <기후 정의를 말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선임연구원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