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두 번째 줄 맨 왼쪽)를 비롯한 ‘가톨릭 기후행동’ 관계자 등 신자 450여 명이 9월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에 참여해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 아름다워라 찬란한 세상~ 주님이 지었네~”
9월 21일 오후 1시 서울 대학로 한 복판에 성가 ‘세상은 아름다워라’가 울려 퍼졌다. 교회가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가톨릭 기후행동’은 이날 미사를 봉헌하고, 이어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집회에 참석했다.
가톨릭 기후행동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를 비롯해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위원회가 제안한 단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고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국제적 연대 ‘세계 가톨릭 기후행동’(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과 뜻을 같이한다. 가톨릭 기후행동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 따라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행동에 동참하기 위해 제안됐다. 작은형제회, 예수수도회, 가톨릭청년시민학교 등 30여 개 가톨릭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가톨릭 기후행동의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 주례로 봉헌됐으며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 신부를 비롯해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백광진 신부(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특별위원장) 등이 공동 집전했다.
이날 미사의 드레스코드(복장규정)는 빨간색이었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불타는 지구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미사를 주례한 유 주교는 빨간 제의를 입었으며 공동집전한 사제들은 빨간 영대를 멨다. 수도자들과 신자들도 저마다 빨간 옷, 빨간 모자, 빨간 스카프 등으로 불타는 지구를 나타냈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는 공동의 집인 지구에 불이 난 것과 같다”면서 “탈출할 곳 없는 이 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 이념, 빈부격차 등을 넘어 한마음 한뜻으로 불을 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생태 환경이 지켜지지 않으면 평화도 없다”며 “개인은 변화를 다짐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모든 나라가 나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사 후 신자들은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를 봉헌했다. 5대 종단(가톨릭·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 기도회에도 참석했다.
이어 오후 3시 330개 시민·환경단체가 구성한 비상행동 집회가 열렸다. 9월 20~27일 ‘국제 기후 파업’ 주간에 맞춰 열린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지금의 기후 변화를 ‘기후위기’로 규정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선언문에서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설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남은 온도는 0.5도뿐”이라며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출처: 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