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대전교구 당진성당에서 이뤄진 현장조사에서 유흥식(왼쪽) 주교가 6ㆍ25전쟁 당시 순교한 마리우스 코르데스 신부가 숨었던 항아리에 대한 신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있다. 현재 이 항아리는 내포교회사연구소로 옮겼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위 제공 |
조선왕조 치하 2차 시복 대상자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국내 시복 예비심사 절차가 빠르면 2020년 말쯤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에 대한 현장 조사는 지난 7월에 모두 끝났다. ‘공적 경배 없음’에 대한 선언 또한 81위는 이미 지난 7월에, 133위는 오는 10월 7일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한국 교회 차원의 시복 예비심사 절차는 교황청 시성성에 보낼 공적 문서, 곧 시복 조서 정리와 번역만 남겨두게 됐다.
이로써 2009년 3월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 결정사항으로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와 증거자의 2차 시복 추진과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두 시복 건에 대한 국내 시복 절차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에 따르면, 일단 133위와 81위 시복을 위한 예비심사 절차는 2020년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관련 시복 조서 번역이 지연되면 시복 절차 또한 그에 따라 순연될 수도 있다.
133위 시복 조서는 18∼19세기 재판기록으로 이미 문헌화가 끝난 상황이어서 시복 조서 작성이 상대적으로 쉬웠고 약전도 2018년 4월에 편찬했다. 하지만 81위 경우는 순교한 지 100년(제주교난 순교자 제외)이 채 되지 않아 아직도 증언자들이 살아 있고 증언 자료나 문서도 많아 정리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올해 출간 예정이던 약전 또한 내년쯤에나 나올 전망이다.
일단 두 시복 건에 대한 현장 조사는 모두 끝난 상황이어서 앞으로 ‘공적 경배 없음’에 대한 선언(133위만 10월 7일)에 이어 △소송기록 문서 공표(133위는 10월 17일, 81위는 12월 4일) △검찰관과 청원인의 소송 기록 문서에 대한 의견 제출 △청원인의 보충 증거자료 제출 △번역물 제출 △번역물의 진정성에 대한 선언 △관련 시복 조서 사본 작성자 임명과 선서 △사본 제출과 선서, 문서 대조 회기가 끝나면 국내 시복 법정은 폐정하게 된다.
문제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때에 견줘 순교자 현양이나 시복ㆍ시성을 위한 기도 운동 열기가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24위 시복은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시복 운동이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았지만, 133위 시복은 두 번째로 이뤄지는 시복 추진이고, 81위 시복 또한 60여 년 전 동족상잔의 전쟁에 희생된 순교자들이어서 교회 공동체의 관심이나 호기심, 기도 열기도 크게 줄었다.
현재 교황청 시성성에 접수된 시복 청원건만 3000건이 넘는 상황이어서 해당 지역 교회 공동체가 시복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시복에 결정적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지역 교회 구성원들이 기도로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시복은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위 총무 류한영 신부는 “133위와 81위 해당 순교자 관련 성지나 현장에선 순교자 현양을 위한 기도운동이 활발하지만 일반 본당에선 그러한 현양 열기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전국 본당에서 주교회의가 제작한 시복ㆍ시성 기도문을 활용해 열심히 기도를 바쳐 달라”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