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해고 요금수납원에 지원금 전달, 농성 현황 등 대화
2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빈민사목위원회와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해고된 요금수납원들이 농성 중인 서울 톨게이트를 찾아 지원금을 전달하고 이번 대량해고 사태의 빠른 해결을 기원했다.
이날로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의 옥상 농성은 53일, 청와대 앞 시위는 52일째다.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요금수납업무를 자회사로 위탁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이전에 반대하고 도공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6월에서 7월 1일까지 1500명이 집단 해고됐다.
해고자들은 옥상 농성자들의 식사와 생활 등을 돌아가며 챙기고 있다. 이날은 전국민주연합노조 서산, 청북지회 조합원들이 옥상을 지원하는 날이라 천주교 방문단은 이들을 만나 현재 교섭상황, 건강상태와 심경 등을 이야기 나눴다.
21일 서울 톨게이트 농성장을 찾은 천주교 방문단이 해고노동자들과 최근 상황과 어려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수나 기자 |
서산지회 정종순 사무장은 “6월 30일로 해고됐지만 6월 1일부터 전국 영업소에 투쟁을 다녔기 때문에 사실 싸움은 석 달째다. 많은 이들이 연대해 줘 힘을 받고 있다”며 “오늘은 옥상 농성자들이 한방진료를 받는 날로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진 2명이 오늘 내려온다”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우리가 권고사직으로 돼 있다. 회사에 권고사직인 이유를 물었더니 자회사로 가라고 했는데 안 가서란다. 자회사로 가지 않겠다는 우리 의사를 도공이 거부한 것이지 회사 말대로 안 가고 싶어서 안 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6500명 자회사 이전은 되는데 왜 직접고용은 안 되나? 자회사로 가면 더 유리하다면서 성과급 잔치까지 했는데 왜 직접고용은 안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한 조합원은 “여성 가장이 많고 평균 나이가 50살이 넘는다. 일인 가구나 몸이 불편한 이도 많다.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는데, 싸움이 길어지면 생계도 문제”라면서 “뉴스도 보고 여당인 민주당에 찾아가고 1인시위도 하는데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모습이 적극적이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이 크다. 너무 길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톨게이트 옥상 위에서 53일째 농성하고 있는 요금수납원들이 천주교 방문단과 인사를 나누었다. ⓒ김수나 기자 |
이날 오후 해고자들은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기일이 29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7년 2심 판결 승소 뒤 2년 만에 나오는 최종 판결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결 적용 대상자는 해고자 1500명 중 300여 명 정도며, 나머지는 1, 2심 계류 중이다. 자회사로 옮겨 간 이들 중에도 판결 적용 대상자는 300여 명 정도다.
이 소식에 해고자들과 천주교 방문단은 도공의 파견법 위반이 명백해 1, 2심에 이어 승소하리라 기대하면서도, KTX 승무원 때처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될까 하는 불안감도 나타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1, 2심과 달리 이번 대법원 판결이 뒤집히면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이라며 “승소하더라도 그 뒤 실무교섭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사무장은 “도공이 공기업이라 이번 판결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서산 톨게이트에서 도공 최초로 파업했을 때 꿈쩍도 안 했던 회사의 모습을 떠올리면 불안하기도 하다”고 걱정했다.
이에 수원교구 정평위원장 김형중 신부는 “이번이 공기업 직접고용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오른쪽부터), 수원교구 정평위원장 김형중 신부, 정평위원 최재철 신부가 확성기로 옥상 위로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김수나 기자 |
평택 청북 톨게이트에서 13년을 일했다는 한 조합원은 “대법원 판결을 믿고 있지만, 1년 동안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했는데도 안 잡혔던 판결기일이 이 상황에서 갑자기 잡히니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시위, 회사와 교섭도 있어지만 도공은 여전히 대법원 판결이 나도 자회사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13년 일하면서 그 내용과 과정을 다 알기 때문에 자회사로는 절대 갈 수 없다. 도공은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수납업무 못 준다, 청소, 도로정비 같은 것을 하라, 집에서 먼 곳으로 보낸다면서 협박했다”고 말했다.
옥상 진료가 끝나자, 옥상 위 농성자들은 난간 쪽으로 와서 천주교 방문단과 인사를 나눴다.
수원교구 정평위원장 김형중 신부와 정평위원 최재철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확성기로 옥상 농성자들에게 인사와 안부를 전했다.
신부들은 “이제야 찾아와 미안하다. 무더운 여름을 다 났는데도 아직도 해결이 안 돼 안타깝다”면서 “부디 건강하시라. 다음 주 대법원 판결이 잘 나오고, 건강하게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옥상 농성자들은 “방문에 감사하다. 종교를 떠나 힘들어 하는 노동자를 찾아줘서 고맙다. 감사함으로 잘 버티고 있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와 빈민사목위, 수원교구 정평위가 마련한 지원금을 해고 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천주교 두 교구 세 위원회가 준비한 지원금을 해고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김수나 기자 |
한편, 지난 19일 해고 노동자들은 도공과 이강래 사장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도공이 파견법에 따라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무허가 외주사업체와 형식적 용역계약을 맺어 불법으로 요금수납원을 파견받았고, 최장 파견 기간인 2년 제한도 위반했다고 고발장에 밝혔다.
이어 파견법 위반, 4번에 걸친 법원 판결 무시, 판결에 따른 직접고용의무 위반 및 자회사 전적과 기간제 계약 체결 강요, 이에 응하지 않은 1500명 집단해고로 생존권을 위협한 점에서 범죄가 매우 중대하고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공은 지난 16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집단해고와 자회사 전환 이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로 옥상 농성은 53일째다. 서울 톨게이트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굳게 잠겨 있다. ⓒ김수나 기자 |
이에 따르면 애초 도공은 단순 반복적 수납업무에 600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며 요금수납업무를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요금수납원 인력은 6500여 명 정도로 이중 80퍼센트인 5100여 명이 자회사로 옮겼고, 1500명이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 도공은 직접고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여성, 고령자로 공사의 순환근무 적용이나 공사 노조와 수납원 노조 간의 갈등과 인사문제 등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공은 자회사 비동의자는 해고가 아닌 근로계약 종료일 뿐, 회사는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간제 조무원 근무를 제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수납원 노조는 대법원 판결 전에 자회사를 강행해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문제를 덮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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