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1일자 수원주보 3면
복음단상 깊이 읽기
히브리서의 ‘믿음’에 대한 정의
국어사전에서 ‘믿음’이란 단어는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보면, 믿음은 매우 주관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히브리서에서 말하는 믿음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것과 관련됩니다.
히브리서의 저자는 ‘믿음’에 대한 정의를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라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믿음은 개인 차원의 영역, 혹은 개인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확실하다고 인정하는 객관적인 차원의 ‘확신’입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믿음은 우리 인간이 보지 못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확실하게 있다는 것에 대한 보증이며 확증”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의 히브리서는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앙 선조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의 믿음에 대하여 예를 들고 있습니다. 특별히,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느님께서 그의 아들 이사악을 예물로 바치라고 하였을 때, 아브라함은 객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하느님께서 “이사악을 통하여 후손들이 너의 이름을 물려받을 것이다.”(히브 11,18)라고 말씀하셨던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자신의 아들은 죽지만 그 말씀은 반드시 현실화된다는 확신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믿음의 객관적인 차원에 대한 주체의 확신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수님이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12,40)라는 말씀, 혹은 하느님의 나라가 온다는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루카 12,33)라는 말씀을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글. 이수완 로마노(하상신학원 외래교수, 영성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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