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요비 주교가 지난 1월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해 병자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
[앵커] 14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검찰이 최근 재수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정부도 피해구제 대상을 늘려가고 있는데요.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덜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전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가습기 분무액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영유아와 임신부, 노인의 건강을 크게 해쳤습니다.
시민단체와 대학 공동연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최대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835명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2017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시행되면서 피해를 인정 받은 사람이 조금 늘었습니다.
요양급여나 간병비는 받지 못하지만,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특별구제계정’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을 합해도 2700여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피해자로 인정 받는다 해도 지원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치료비 마련조차 어려운 피해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기태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2019. 7. 30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최근에 특별구제계정기금에 정부의 자금이 100억 더 보태져서 특별구제계정기금 1350억인데요.피해자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 피해자들이 치료비조차도 제대로 지급이 되지 않고 있고요. 그 다음에 지급하는 그 기한도 너무 깁니다. 피해자들이 정말 필요할 때 긴급구제 형태로 빨리 빨리 지급을 해줘야지 적재적소에 치료를 받아서 병을 낫지는 못하지만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되지 않느냐 라고 하는….”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외상 후 장애’를 겪고 있는 점입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피해가정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66.6%가 지속적인 울분 상태를 보였습니다.
27.6%는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11%로, 일반인보다 4.5배 높은 수준입니다.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다, 유가족들은 본인이 가해자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톨릭교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올해 1월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병자를 위한 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
<구요비 주교 /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자문위원장> 2019. 1. 29
“주님의 손으로 일으켜주시고, 주님의 팔로 감싸주시며 주님의 힘으로 굳세게 하시고, 또 힘차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리나이다. (아멘)”
당시 구 주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해 앞으로도 병자성사와 기도로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 일부 본당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피해자들을 발굴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모든 생명을 시작부터 끝까지 보호하는 사회가 인간적인 사회"라며 병자들을 위한 기도를 당부했습니다.
수 천 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
8년이 지났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여전합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기도와 지지로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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