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제70주년인 2020년, 일치와 평화의 시대 여는 은총의 원년 되기를”
‘2019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6월 25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렸다. 전국 규모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봉헌되는 것은, 2000년 대희년, 2003년, 2011년에 이어 네 번째다.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이 주례하고,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등 한국 주교단과 전국 민족화해위원회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을 주제로 봉헌된 이날 미사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주관했다. 미사에는 남녀 수도회·사도생활단, 전국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한국 레지오마리애,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본부, 마리아 사제운동 체나콜로공동체 등에서 2만여 명이 참례했다.
이날 미사에는 문희상(바오로) 국회의장,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최종환 파주시장 등도 참석했다.
평화의 모후 ‘파티마 성모상’ 입장으로 시작된 미사 첫머리에, 큰북 소리에 맞춰 서예가 조성주(다니엘) 씨가 대형 붓을 이용해 먹글씨로 ‘평화’라고 쓴 깃발을 애드벌룬에 매달아 높이 띄움으로써 한민족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표현했다. 봉헌 예절 때는 8개 교구 신자들이 대형 한반도기를 제단 옆에 걸어 봉헌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 전국 각 교구로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석한 우리는 서로에게 총칼을 겨눈 이 아픔의 역사를 반성하고 우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짚어 보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앞두고 이스라엘 민족의 바빌론 귀양살이 70년을 기억한다.”며, “이스라엘이 70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은총의 새 시대를 맞이하였듯이(2역대 36,21 참조), 특별히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이하는 2020년이 우리 민족에게도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분단의 아픔에서 벗어나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새로운 일치와 평화의 시대를 여는 은총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자.”고 말했다.
끝으로,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가 1,178km를 의미하는 윤도현 씨의 노래 ‘1178’곡을 소개하며, “이 노래의 가사처럼 물고기와 새들이 1,178km의 한반도를 자유롭게 왕래하듯이 남북의 우리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평화의 시대를 앞당기자.”고 당부했다.
미사 중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여,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전쟁의 고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이 공존하는 이곳 임진각에서 올리는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가 평화를 염원하는 모두의 가슴에 특별한 희망을 전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한반도 평화가 완성되는 날까지 국민들과 함께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만나고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우리가 오늘 여기 이처럼 모여 있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굳건히 하고자 하는 일에 깊이 헌신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표지”라며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조화와 화합을 추구하고자 노력할 때,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사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식전행사로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지휘 오선주 루치아)과 록 그룹 ‘부활’이 출연하는 평화 음악회가 열렸다.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은 ‘고향의 봄’(홍난파), ‘Benedictus’(Karl Jenkins), ‘평화의 기도’(Allen Pote) 등 세 곡을 부르고, ‘부활’은 ‘네버 엔딩 스토리’와 ‘새벽’ 등을 연주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25일)을 앞두고 17일부터 25일까지 분단된 겨레의 화해와 일치, 평화를 지향으로 9일 기도를 바쳤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한반도 분단 70년이었던 2015년부터 매일 밤 9시에 우리나라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주모경(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고 있다. 이 기도는 2015년 6월부터 12월까지 민화위의 제안으로 실시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성기화 요셉 skw7589@naver.com
수원교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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