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2019년 1월 20일자 4면
강요된 선택과 죄의 연결고리들
현재 인간이 사는 환경과 생태계는 함께 악화되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생태계 파괴는 마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른 기아와 난민의 발생은 지역 간의 분쟁을 조장하고, 시리아와 남수단에서처럼 전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특히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기아 발생의 원인 중 하나는 서구화된 식탁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대형마트에서 외국산 식재료를 사서, 육류 중심의 식단을 섭취하는 생활 방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곳곳에서 단일 작물의 대규모 생산을 위한 농장 증가와 육류를 생산하기 위한 대규모 축산 시설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규모의 산림파괴와 개간으로 이어져 해당 지역의 원주민들이 오랜 옛날부터 즐겨 먹던 전통의 고유한 식재료들을 얻을 방법이 차단됐고, 기아를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또한, 가축의 배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부추깁니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해양생태계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25〜30%를 흡수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제어해 왔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이산화탄소가 해수에 녹아들어 전 세계 해양생태계의 산호초 3/4이 백화현상으로 죽어가고, 전 세계 산호초 1/3이 죽었습니다. 훌륭한 단백질을 제공해 주던 해양생태계의 산성화로 1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심각한 식량난을 겪게 되었습니다.
더 많이, 더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소비중심적인 삶의 방식이 지구 곳곳의 이웃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결국에는 우리의 생존까지도 위협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럽습니다. 더욱이 ‘가장 작은 이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마태 25,40 참조)이라는 주님의 심판 기준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죄악의 연결고리들…, 이것은 우리가 선택했지만 우리가 원한 결과는 아닙니다. 더 많은 부를 쌓기만을 원하는 거대자본과 그에 유착된 언론과 정치인들이 만든 부당한 구조와 정책들이 우리를 죄의 연결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달을 보라고 가리켰는데, 손가락만 보더라.’라는 은유는 이렇게 변해야 합니다. ‘왜, 저 사람은 우리에게 달을 보라고 하지?’ 죄를 강요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글.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교구 환경위원장·지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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