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2019년 1월 20일자 3면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오늘 복음은 카나의 혼인 잔치를 전해줍니다. 그리고 오늘 이사야서에서는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라고 기도하는 노랫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렇다면 “혼인한 여인”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 구절은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땅이 다시 하느님에 의해서 돌봄을 받게 됨을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경은 흔히 하느님과의 관계를 혼인 관계로 나타냅니다. 특별히 이사야 62장은 시온(혹은 새 예루살렘)을 신랑이신 하느님의 신부로 표상하면서, 하느님께서 예루살렘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으셔서 그곳에 하느님의 의로움이 빛처럼 드러나고, 그분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르도록 하실 것이며 과거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땅이 이제 다시 새롭게 될 것임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소박맞은 여인’이나 ‘버림받은 여인’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며 ‘혼인한 여인’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불충실한 삶을 살더라도 하느님께서 구원으로 이끄실 것이기에, 우리들이 하느님과 ‘혼인한 여인’이 될 수 있음을 예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하느님께 불충하여 떠나갔던 우리의 잘못을 덮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호세 3,1 참조)에 의한 것임을 알려줍니다.
그리스도교의 수많은 聖人들은 ‘하느님과 인간’의 신비적 일치를 ‘혼인’에 비유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신비적 일치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에 의한 것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복음 말씀인 카나의 혼인 잔치는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혼인 잔치(우리가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는 곳)에 계심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글. 이수완 로마노 교수(하상신학원 영성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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