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에 ‘낙태죄 폐지 반대 탄원서’ 제출한 김중곤 명예교수(서울대 의대)
“임신 12주 이내의 태아는 통증을 못 느끼니까 낙태를 허용해도 된다는 논리는 의학ㆍ생물학ㆍ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자유로운 낙태를 허용하려고 만들어낸 억지 논리입니다.”
7월 26일,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폐지 반대 탄원서’를 제출한 서울대 의대 김중곤(이시도로) 명예교수는 “소아기의 성장 과정을 평생 지켜본 교수로서 어린 생명을 보호하고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신 12주 이내의 태아 낙태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경위를 설명했다.
낙태죄의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임신 12주 이내 태아의 낙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도 청구인 측이 주장한 낙태 허용 기준(임신 12주 이내)의 당위성 여부였다.
“임신 12주 이내의 태아는 독자적 생존 능력이 없으니까 안전한 낙태를 허용해도 된다는 논리는 임신 12주 이전의 태아가 생명체임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탄원서에서 임신 12주가 낙태 허용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의식적 경험(사고,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와 기능은 12주 이내의 태아뿐 아니라 임신 40주에 태어난 신생아도 갖추고 있지 않으며 △12주 이내의 태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자의적 해석이고 △독자적 생존능력은 임신 12주의 태아뿐 아니라 임신 20주 태아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기준은 인간이 (낙태했을 때) 죄책감을 가장 적게 느낄만한 선으로, 단순히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 몸에 많은 세포가 있지요. 다른 세포는 아무리 키워도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정란은 사람이 됩니다. 수정란은 생명의 시발점이 되는 세포입니다.”
김 교수는 “수정란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심장과 팔, 다리가 생기는데 이는 어쩌다 생기는 게 아니”라며, “흑인이건 백인이건 전 세계의 누구도 예외 없이 정해진 원칙에 따라 정확히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발달은 우연히 또는 무작위로,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순서성ㆍ방향성ㆍ연속성에 따라 일어나는, 인간의 의지가 미칠 수 없는 경이로운 신의 영역입니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더 쉽게 낙태를 생각하게 되고, 또 낙태를 강요받게 됩니다.”
김 교수는 낙태가 해결책이 아닌데, 법을 먼저 없애면 여성의 건강권이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낙태를 이야기할 때 태아의 생존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같은 프레임에 놓아선 안 됩니다. 생명,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는 “몸으로 겪은 고통과 경험은 잊히지가 않는데, 미투운동 피해자들이 10년, 20년이 지나서 입을 여는 것처럼 낙태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 2018. 08. 05발행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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