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교구, 수도회, 평신도 단체, 기억 미사 봉헌
16일 수원교구 안양 중앙 성당
각 교구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기억과 추모 위한 미사를 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시의회 세월호 임시기억관 앞에서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 8개 단체가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사제 17명을 비롯한 수도자, 신자, 세월호 가족 300여 명이 참석했다.
“11년 전 2014년 4월 16일.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이 정점을 향하여 치닫고 있던 성주간 수요일 아침. 세월호와 함께 검은 바다 깊숙이 스며들어 예수님보다 한 걸음 앞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갔던 삼백네 분의 넋을 가슴 시리게 기억합니다.”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는 강론 말미에서 참석한 이들과 함께 304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억했다. 그는 "온 누리 품은 너른 바다가 된 고운 넋들과 함께하고파" 이름을 부른다면서, “부름으로써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벗들은 "이미 이름이 필요 없는 영원한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기에 필요 없는 이름일지 모른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4월 14일 3개 교구와 남녀 수도회, 평신도 단체들이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11년 전 그날과 요일도, 날씨도 같다
더디게 가지만 함께해 주기에 앞으로 나아간다
이날 미사에는 임경빈 학생(단원고 2학년 4반)의 어머니 전인숙 씨가 참석해 연대와 진실 규명을 위한 참여를 당부했다.
전인숙 씨는 아들 임경빈 군이 해경의 병원 이송 지연으로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19년 10월, 병원까지 헬기로 20분 거리였지만 4시간 41분이 지나 응급실에 도착했고, 당시 지휘함에 도착했던 헬기에는 임군 대신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청장이 탔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것을 잃었고, 분노하면서 진상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마음으로 함께해 왔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진상 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해 달라는 당부를 죄송한 마음으로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춥고 비가 오는 오늘 날씨는 2014년 그날과 비슷하고, 그래서 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11년 전과 똑같은 달력을 보면서 그날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게 잡았으면 어떨까 생각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다잡고 씩씩하게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뒤늦게 알게 되면서 미안하고 참담했다며, 해경의 구조 지연과 구조 방기에 대한 민사 항소심 소식을 전하고, 탄원서 제출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2023년 11월 대법원은 해경지휘부의 과실치사상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전인숙 씨를 비롯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는 해경의 책임을 묻기 위한 민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0일 1심 재판부는 해경지휘부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정부의 손배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아니었다”고 판결했고, 정부는 손해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전인숙 씨는 5월 21일 항소 재판 일정을 알리며, “이는 단지 경빈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을 계기로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꼭 묻고 싶다. 힘들고 외롭게 싸우는 이 길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는 해경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고하나 씨가 추모 노래를 불렀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 참석한 수도자들은 추모곡 '잊지 않을게'를 함께 불렀다. ⓒ정현진 기자
15일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만천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념 미사를 봉헌했다.
“선장과 선원, 해경, 국가 등 무책임의 책임이 얼마나 강력하고 위험한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탓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그 무책임의 책임이 얼마나 강력하고 위험한지 알았다면, 우리도 책임을 다해, 많은 이의 고통과 아픔에 통감하며 많은 것을 ‘나의 일’로 받아들일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위원장 김용주 신부가 주례한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한 박훈민 신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책임을 회피하고, 진상규명 방해와 은폐에만 몰두했던 국가의 무책임과 무능을 꼬집었다.
“국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며, “결국 국가는,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반인권적 국가 범죄를 이루어 낸 것”이라는 그는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많은 이, 희생되고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에게 미안함을 전해야 할 사람들 중 아무도, 나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야 할 때라며 “11년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 수 없게 만드는 무책임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아는 우리이면서도, 얼마나 우리의 삶 안에서 많이도 무책임하게 살아온 적이 많은가.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들에 대한 회심과 동시에, 우리 각자의 회심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신부는 세월호에서 일했던 박지영 승무원, 양대홍 사무장,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정차웅 씨, 단원고 교사 최혜정 씨와 남윤철 씨 등 의인 5명을 기억하고, 희생자와 실종자들에게 “오늘도 미안합니다. 계속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15일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념 미사를 만천 성당에서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한편, 수원교구는 16일 저녁 6시 안양 중앙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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