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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두봉 주교 선종]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추도사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15 조회수 : 183

두봉 레나도 주교님을 기리며

- 두봉 주교님 고별식 추도사 -



봄꽃들이 온 나라 전체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 좋은 계절, 주님 부활대축일을 기다리며 성주간 월요일을 지내고 있는 이 시간, 우리는 공경하올 두봉 레나도 주교님을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보내드리는 거룩한 예식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충실한 목자로 한국 천주교회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두봉 주교님이 아버지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두봉 주교님은 1954년 12월, 아직 6·25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한국 땅을 밟으신 이후 지난주에 천상 고향으로 돌아가시기까지, 71년 동안 한국살이를 하시며 사목 활동에 매진해 오셨습니다. 푸른 눈의 프랑스 선교사 ‘뒤퐁’이 그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한국인 ‘두봉’ 주교로 사신 것입니다. 한국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주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인이었습니다. 국적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프랑스이지만, 제가 살고, 사랑한 곳은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교님은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었고, 말투, 습관, 식사, 친구들, 삶의 방식까지 모두 그러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결같은 한국 사랑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특별귀화자 자격으로 한국 국적을 받았습니다.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지켜봐온 산증인이자 한국 교회의 발전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두봉 주교님의 발자취를 잠시 되돌아 보고 싶습니다. 1955년 대전교구 대흥동본당 보좌신부로 한국에서의 소임을 시작한 주교님은 1967년까지 대전교구에서 사목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어 1969년 안동교구가 설립되면서 주교품을 받고, 21년간 초대 교구장을 맡아 일하며 교구 기틀을 다지셨습니다. 1990년 교구장직에서 은퇴할 당시 교회법상 정년이 14년 남은 상태였지만, 주교님은 한국인이 교구장을 맡기를 바라셨다고 합니다.


두봉 주교님은 안동교구장 재임 시절 ‘농민 사목의 대부’로 불리셨습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가톨릭농민회를 설립하는 등 농민의 권익 보호와 농촌을 살리기 위한 운동에 앞장서신 것입니다. 그렇게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셨던 주교님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과 신체장애자 직업훈련원을 건립하면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업에도 힘쓰셨습니다. 아울러 가톨릭상지대학교의 전신인 상지여자전문학교와 상지여자·중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여성의 교육 기회 확대에도 이바지하셨습니다.


이처럼 열정을 다해 교구장으로서의 소임을 하시며 낮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셨던 주교님은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한결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때로는 피정 지도와 영성 특강을 통해 우리들의 영적 아버지로서, 때로는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멘토로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하느님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최근까지도 자신을 위해 한시도 여유로운 시간을 갖지 않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집앞 텃밭에서 작은 농사를 지으며 그가 누구이든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반갑게 환대하셨습니다. 주교님의 소탈하고 특유한 너털웃음과 카랑카랑하고 천진무구한 목소리가 눈에 선합니다.


그동안 두봉 주교님과 함께 했던 시간에서 가장 기억나는 모습 중의 하나는 주교님의 해맑은 눈빛과 함박웃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미소 천사’처럼 주교님은 자주 웃으셨고, 맑고 크게 웃으셨습니다. 마음 속에 마르지 않는 기쁨의 옹달샘이라도 있는 듯 환하게 웃으시는 주교님의 모습은 인자하신 주 예수님을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이제는 파안대소하시는 모습을 더이상 마주할 수 없지만, 지상에서 하늘나라를 앞당겨 사셨던 그 모습은 오랫동안 우리 안에 남아 잔잔한 여운을 줄 것입니다.


두봉 주교님이 주님께 가시기 전 남기신 마지막 말씀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두봉 주교님, 저희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착한 목자의 본보기가 되는 삶으로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영적 감동을 선물해 주신 주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주교님께서 남기신 유지를 받들어 주님 안에서 교구장 시절 좌우명처럼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가겠습니다.


96년 인생 여정, 그동안의 십자가를 모두 내려놓고 하느님 품 안에 드신 사랑하올 두봉 레나도 주교님! 주교님을 하느님께 보내드리는 저희의 마음은 너무나 슬프고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주교님께서는 영원한 행복과 기쁨이 펼쳐지는 천상 전례에 참여하시게 되었음을 믿기에, 저희는 오늘 ‘작별 인사’를 하기보다 주님 부활 신앙 안에서 이렇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주교님, 천상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지상에서 순례자의 길을 걷는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주님, 두봉 레나도 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내리소서.

    한국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오소서. 

    주님의 천사들이여, 마주 오소서. 

    이 영혼을 받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 바치소서. 아-멘.


                                                             

2025년 4월 1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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