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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2024년 추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말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15 조회수 : 140

주교회의 2024년 추계 정기총회

주한 교황대사 말씀

(2024년 10월 15일)

 


존경하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 여러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시작하는 이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신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과 모든 주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7월에 주교회의 상임위원 주교님들께 인사드린 이후, 이 중요한 자리를 통하여 처음으로 한국의 모든 주교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형제애의 마음으로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그리고 사무총장 신부님과 그 협력자들에게 인사드리며, 여러분을 통하여 각 교구의 원로 주교님과 신부님, 남녀 수도자, 모든 신자에게도 인사드립니다.


저는 저의 사명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은 물론, 이 교회에 대한 저의 봉사를 주교님들께서 형제적 협력으로 도와주시리라 확신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에서 힘을 길어 올려 목자의 마음으로 이 직무를 채우고 잘 수행하며,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어(1요한 4장 이하) 당신 은총으로 우리를 도우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에 기쁨으로 응답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교황 대사 직무를 시작한 처음 몇 달 동안에 다양한 방법으로 저에게 보내 주신 환영의 메시지와 형제애의 표현에 대하여 주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몇몇 주교님과 신부님들께 받은 초대에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각 교구의 현실을 처음으로 알고 접하게 되었으며, 한국 교회의 생명력과 그리스도와 그분의 대리자를 향한 이 신심 깊은 민족의 사랑을 희망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에게 한국의 몇몇 순교 성지를 방문하여 미사를 거행한 것은 이 땅의 하느님 백성의 ‘살아 있는 성지’의 순례이기도 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이 민족의 깊은 신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많은 유익을 얻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ㆍ 지난 몇 주 동안 주교님들께서는 특별한 순간인 사도좌 정기 방문을 깊이 체험하셨습니다. 교황님을 만나고 교황청 부서를 방문한 특별한 순간들인 여러분의 방문 일정표에서 저는 눈을 떼지 않고 기도로 여러분과 함께하였습니다. 주교님들께서는 사도들의 으뜸이신 분들의 무덤들을 순례하며 순례의 위대한 영적 중요성을 경험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 만남이 개인으로든 단체로든 목자들인 여러분에게 주는 의미와 한국 교회의 삶에 주는 의미에 대하여 여러분은 하느님께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나누고 계시리라 확신합니다.


주교님들께서는 이 방문을 오랫동안 준비하셨고 여러분에게 맡겨진 교회 관할 구역의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방문 몇 달 전에 교황청에 제출하셨습니다. 저는 보고서들을 읽으며 큰 도움을 얻었고, 여러분이 책임을 맡아 이끄시는 교회들의 현실에 대한 명료하고 정확하며 객관적인 설명에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저는 의장이신 이용훈 주교님께서 친절하게 보내 주신 추계 정기총회 안건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총회에서 다루실 주제 가운데 몇 가지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그중에 2025년 희년 준비에 관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2025년 희년은 몇 가지 특별한 고유성을 지닙니다. 앞선 희년들과 연속선상에 있지만, 이번에는 “교회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인 325년에 거행된 제1차 니케아 보편 공의회의 17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니케아 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신성이 부인되고 성부와 한 실체이심이 부정되는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에 놓인 교회의 일치를 지켜 나갈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7항). 또한 니케아 공의회는 부활 대축일의 날짜를 논의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로, 2025년 희년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같은 날인 4월 20일에 부활 대축일을 공동으로 거행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를 계기로 부활 대축일의 공동 거행일이 제정되어 일치를 향한 결단 어린 발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보편적인 초대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아시다시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개인 기도와 공동체 기도의 중심적 역할을 촉진하기 위하여 2024년을 기도에 전념하는 해로 결정하셨습니다.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여러분의 사도좌 정기 방문 중에 허락하신 알현에서 여러 토론 주제를 제시하셨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기도를 강조하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기도는 바로 교황님께서 언제나 전 세계 주교들에게 권고하시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시다시피, 사도직을 의미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가 부제들을 세운 다음 사도들에게 ‘우리는 –곧 주교들은-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사도 6,4 참조)라고 말한 대로입니다.


ㆍ 요즈음 우리는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의 마지막 회기를 위하여 로마에 모인 시노드 교부들과 기도 안에서 화합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큰 기대를 가졌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이번 시노드 여정에 대한 확실한 반응과 참여가 없는 곳도 일부 있었음을 인정하여야 합니다. 이제 시노드의 마지막 회기를 마치고 나면 우리는 하느님 백성의 수용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지역 교회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백성’임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세례받은 신자들에게 내재하고 그들을 오류에 빠지는 일 없이 진리로 인도하는 신앙 감각(sensus fidei)은 더욱더 알려지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은 교회 안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한 까닭에 시노드 여정은, 우리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성령께서 교회에 생기를 불어넣으시고 교회를 이끄신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믿기 위해서도, 항상 출석하여야 하는 학교가 됩니다.


시노드는 이번 10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희년 경축을 위하여 넘겨 버려야 하는 한 페이지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시노달리타스의 수용은 시노드 이후에 교회가 참여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시노달리타스의 수용’이란 교회가 아델포테스(adelphótes), 곧 형제애를 이루게 한다는 의미입니다(마태 23,8 참조). 따라서 모든 본당 공동체는 그 일상생활에서 형제가 됩니다. 형제애가 없으면, 믿음의 성장과 확장도 없습니다. 형제애가 없으면, 그리스도의 교회는 없고 종교 회합만 있을 따름입니다. 형제애에 관한 교황님의 가르침 전체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설교와 함께해 왔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회가 젊은 세대들과 이루는 관계의 중요성을 자주 일깨워 주십니다. 이는 시노드 교부들의 논의에서 핵심이 되는 주제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방식은 젊은이들의 마음에 다다르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배움을 요구합니다. 복음에 새롭게 귀 기울이며 젊은이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하는 선택을 요구합니다.


ㆍ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하여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모일 수 있는 길이 이미 열려 있습니다. 지난 9월 24일에 열린 기자 회견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하여’에서 패럴 추기경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모든 세계청년대회가 그러하듯, 모든 젊은이가 그리스도교 삶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그분 복음에 충실하고자 하는 새로운 열망을 일상생활의 평범한 상황들에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모든 교구에서의 준비와 기획과 행사에 앞서 세계청년대회를 조직하려면 분명 많은 일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회 당일까지 준비 과정을 촉진하는 책임을 맡은 조직위원회의 기초 작업이 필요합니다. 또한 많은 공립 사립 단체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계청년대회에서 우리는 가톨릭 교회가 지역 사회 전반의 다양한 주체들과 가지는 새로운 만남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가 지니는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의 측면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고 기도하는 대로, 북한의 젊은이들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고 뜻깊은 일이 되겠습니까.


ㆍ 2025년 제58차 세계 평화의 날의 주제가 희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께서는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두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í)와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영감을 받은 그 주제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는 희년의 핵심 개념인 희망과 용서를 말합니다. 오늘날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분쟁과 사회적 죄악은 개인과 공동체와 전 지구에 참된 회개를 촉구합니다. 그래야만 전 세계 수많은 분쟁과 위기에 마침표를 찍고 참평화가 흘러넘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2025년 희년 선포 칙서 8항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기 소리가 잠잠해지고 빗발치듯 벌어지던 파괴와 죽음이 멈출 수 있다는 꿈을 꾸는 것은 너무 허황된 것일까요?” 교회의 목자들인 우리가 희망으로 이 말씀을 받아들여야만 이를 우리와 모든 이의 책임이 되게 할 수 있습니다.


ㆍ 한국은 출산율 감소를 저지하기 위하여 씨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8년 동안 3천 억 달러에 이르는 국가 예산을 출산율 증가를 위한 계획들에 투입했음에도 여전히 결과는 미진하고 극적인 인구 감소가 예상됩니다. 교황 성하께서 희년 선포 칙서에서 출산율 증가를 위한 호소를 시작하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다시 한번 생명에 대한 열정을 전달하라고 강력히 요청하십니다. 교황님께서 언급하셨듯이, 온갖 이유로 “많은 나라에서 우려스러운 출산율 감소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ㆍ 인공 지능은 시대의 화두입니다. 인공 지능에 대한 여러 논의와 논쟁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과연 과학 기술 발전은 민족들 사이의 평화와 동등한 기회, 공동선의 대의명분에 걸맞은 발전을 가져올까요? 아니면 소수에게 더 많은 부를, 더 큰 차별을, 더 정교한 무기, 더 심한 대중 통제를 가져올까요? 이는 선동 문구들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전쟁으로 누가 이득을 볼지 자명합니다.


인공 지능 분야에서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은 모두 중단되어야 마땅합니다.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로 누군가 ‘성착취당하는’ 상황을 지극히 사실처럼 조작하여 만든 사진과 동영상을 소지하거나 저장하는 사람에 대해 3년까지 징역형을 부과하는 새로운 법안을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처럼, 몇몇 나라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음은 칭찬할 만합니다.


ㆍ 보편 교회는 오는 10월 20일에 제98차 전교 주일을 기념할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 말씀에서 영감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담화를 토대로 한 ‘모든 이를 위한 잔치’가 2024년 주제입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려, 복음화 활동의 필요를 위하여 여러분 교구에서 보편 교회에 아낌없이 기부해 주신 데에 대하여 교황청 전교회 사무처의 ‘무한한 감사’를 전해 드립니다.


ㆍ 며칠 전에 우리는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수상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기쁜 사건을 계기로, 저는 지난 8월 4일에 발표된 「양성에서 문학의 역할에 관한 교황 서한」(Letter on the role of literature in the formation)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개인적 체험에서 길어 올려, 양성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하고자 우선 사제직 후보자들에게 전하시는 편지입니다. 그런데 이는 문학을, “우리의 구체적 실존과 그 본질적 긴장과 열망과 의미와 긴밀한 관계”를 이루도록 이끌고 목자의 마음과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문”으로 여기면서, 사목 일꾼들과 모든 그리스도인을 향해 전하시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ㆍ 사랑하는 형제 주교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당신 섭리로, 이 나라와 이 교회를 사랑함으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도록 저를 주교님들께 이끄셨습니다. 저는 이 나라와 이 교회에서 모든 이에게 봉사하면서 제가 감히 대리하는 분의 사랑과 보살핌을 전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또한 주교님들께서 하느님 백성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고 번영하는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이들에게 열정적이고 충실히 수행하시는 사랑의 봉사에 함께 기뻐하고 염려하며 여러분과 동행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들께, 그리고 사제와 수도자, 본당과 교회의 사회 문화 기관들에 기쁘게 제 시간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교황 대사의 일을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교님들과 함께 그리고 주교님들과 주교님들의 교구를 위하여, 우리가 자녀다운 사랑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의탁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전구를 청합니다. 또한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과 복자의 전구를 청합니다. 여러분도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쉼 없이 일하시며 교회에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서 저를 이끌고 지켜 주시기를 빌어 주십시오.


주님께서 주교님들의 총회 논의에 함께하시며 주교 단체성의 정신을 고양하는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주교님들께 감사드리며 풍성한 결실을 거두는 총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한 교황대사

+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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