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인이오.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고자 할 따름이오”
1841년 4월, 꺼지지 않은 신심과 열정적 신앙으로 순교한 성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이 남긴 말이다. 성인이 순교한지 165주년. 이를 기념한 현양미사가 지난 4월 23일 김성우 성인의 묘소가 있는 구산성지에서 거행되었다.
구산 성지에서는 뜻깊은 기념물들을 제작했다. 김성우 성인의 동상을 비롯해 박해 당시 신자들의 생업 수단인 옹기가마, 모방 신부의 흉상, 성당 내 14처, 그리고 구산성지에 묻혀있는 김성우 성인 외 8분의 순교자를 기념하는 순교자 십자가 등 총 5가지이다.
특히 순교자 십자가는 9분 성인 각자의 영성에 맞게 구산성지 정종득 신부의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이와 함께 ‘이들 순교자들의 정신을 본받아 살자’는 의미로 ‘우리들의 십자가’도 함께 설치되었다. 또한 정종득 신부는 “박해시대 때 옹기 제작은 신자들의 중요 생활수단이었으며 옹기가 전교와 신자들간 연락수단이기도 했다”며 옹기가마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구산성지는 이 옹기가마를 이용해 1년에 서너번 정도 직접 옹기를 구워낼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제작된 기념물들은 모두 현양미사 중에 축복식을 가졌다.
이 날 미사를 집전한 이용훈 마티아 총대리 주교는 강론에서 구산성지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얘기하며 참석한 신자들에게 성지를 잘 보존해가기 위한 후원을 부탁했다. 현양미사의 마지막은 옹기가마 점화식으로 장식되었다. 이용훈 주교가 직접 1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옹기가마에 불을 붙였다. 이는 새로 제작된 옹기가마의 점화식이자, 신자들의 신앙에 불을 지펴 순교성인들의 열정어린 신앙을 닮자는 염원이기도 했다.
순교 165주년을 맞은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은 유복한 양반 자제로 태어났으나 1795년 만집, 문집, 두 동생과 함께 세례를 받은 후 박해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구산을 지금의 교우촌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소 회장으로서 교우들을 이끌어가고 갖은 고문에도 굽히지 않았던 성인의 굳은 신앙심은,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03위와 함께 성인으로 시성되기에 충분했다.
구산 성지는 순교 성인을 모신 곳이지만 피 흘림의 순교지는 아니었기에 전통적인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간직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서울에서 불과 20여분 거리인 한강변 미사리 쪽에 위치해, 순례자들이 찾아가기 편안한 성지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번에 새로 축복된 옹기가마를 비롯한 기념물들은, 구산성지를 찾는 순례객들의 발길을 더 이끌어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