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여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정자동 주교좌 대성당이 가득 메워졌다. 지난 4월 13일(목)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사제단을 비롯한 수도자, 신학생, 신자들이 모두 모인 까닭이다. 매년 주님 만찬 성목요일에 거행되는 이 성유축성미사는, 각 성당에서 1년간 사용할 성유를 축성하는 예식과 함께 사제서품갱신 예식을 거행하기에, 아주 뜻 깊은 고유미사라고 할 수 있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된 이번 미사는 교구장 최덕기 바오로 주교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이루어졌다.
이 날 강론에서 최덕기 주교는, 그리스도와 사제의 관계를 포도가지와 줄기에 비유하며 “훌륭한 복음 전파자가 되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사제들에게 영성생활 강화와 교회와 지역사회에 대한 열정어린 사목을 바란다고 하였으며 ‘성소개발의 가장 소중한 도구는 사제 자신’이라며 성소개발을 위한 노력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제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불 태울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하자”는 말씀으로 강론을 마쳤다.
강론 후에는 사제들의 서약갱신이 이어졌다. 이 서약을 통해서 사제들은 수품 때에 한 서약을 재다짐하며 거룩한 직무에 충실할 것을 맹세하였다. 이를 지켜본 교우들은 사제들이 충만한 은총을 받기를 기도로 함께 청하였다.
이어서 축성될 기름을 운반하는 행렬이 시작되었다. 부제들로 이뤄진 이 행렬은 제단에 이르러 주교에게 세 가지 성유를 드렸다. 이는 주교의 축복을 통해 병자성사 때 사용하는 병자성유(oleum infirmorum), 세례성사 때 쓰이는 예비신자 성유(oleum cathechumenorum), 세례․견진․성품성사 집전시 사용하는 축성성유(oleum sacrum,chrisma)를 이룬다. 축성예식은 성찬의 전례 이후 시작돼 병자성유부터 축성되었으며 영성체 후에 예비신자 성유와 축성성유가 축성되었다.
축성성유는 올리브 기름과 항료를 혼합해 만들어지는데, 여기서 향료는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을 , 올리브 기름은 인성(人性)을 상징하므로 기름과 향료의 혼합은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결합을 의미한다. 이처럼, 성유는 교회에서 성령의 성사적인 은총을 드러내므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 날 성유축성미사는 하나의 작은 축제였다. 축복받은 성유를 나누어 받고 주님 앞에서 새로운 다짐을 한 사제들, 그리고 이들을 축하하러 온 신자들까지 모든 이들에게 기쁜 날이었던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