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스터섬과 골프장
“자연, 보존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이스터 섬은 남아메리카 서부해안에서 3700킬로미터 떨어진 외로운 섬이다. 18세기 초 이 섬을 처음 발견한 유럽인들은 황폐한 섬 안에 6미터가 넘는 거대한 돌조각 상 600여개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동굴에서 사는 원주민들이 세워 놓기에는 불가능한 석상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인류학자들은 석상의 비밀을 알아냈다.
섬의 전성기 때 나무를 너무나 많이 벌채했기 때문이다. 나무가 울창하던 이 섬은 파라다이스였다. 외국의 침략도 없었고 섬 주민들끼리 내부 전쟁도 없었고 먹을 것도 충분했다. 종교적으로 열심하고 행복에 겨운 섬사람들은 나무의 소중함을 모르고 나무를 잘라 석상을 세우는데 사용했고 나무가 사라진 섬은 물과 식량부족으로 시달려야 했고 섬 주민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식인종이 되어 버렸다.
나무를 자른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벌목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는데 골프장이다. 우리나라 지형에 나무를 잘라야 하는 곳도 있지만 나무를 잘라서는 안 되는 지역도 있다. 그런데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무리하게 나무를 자르는 지역이 많다. 특히 현재 미리내 성지 앞에 개발하려는 골프장이 대표적인 예다. 송탄과 평택지역 사람들은 진위천에서 물을 취수하여 수돗물을 얻는다. 진위천 상류에는 이동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 위로 골프장이 세 개나 운영 중에 있다. 산에 들어서는 골프장 하나가 베어내는 나무의 양은 수백만 그루이다.
나무는 이동저수지 같은 상수원에 원수(原水)를 제공해 준다. 우리나라 산지관리법 제 20조 4항에도 산지전용으로 인하여 인근지역 또는 하류지역에 위치하는 상수원. 취수장 등의 수량 및 수질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할 것이라고 법제화되어 있다. 특히 미리내 성지 앞에 개발하려는 골프장은 안성시 평균 임목축척에 150%이상이나 되는 나무 밀집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익에 눈이 먼 자치단체와 골프장 개발사들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려한다.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가진 자들의 스포츠인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공동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서 환경정책을 포기하고 그 일환으로 골프장 허가를 마구 내어 주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다.
현 정부가 무엇에 참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환경을 파괴하는 데 참여하는 정부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이스터 섬이 사라지듯 우리의 금수강산이 골프장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식량 부족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야산을 개발한다면 손을 들어 주고 함께 고민할 수는 있어도 소수 가진 자들을 위한 골프장 개발은 손을 들어 줄 수가 없다.
청와대 내에 환경 문제를 조언해 주는 환경비서관을 없애더니 환경관련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갈수록 한심스럽다. 참여 정부에서 골프장 중점 사전 환경성 검토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사실상 골프장 허가 기준을 완화해 주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60개 이상의 골프장을 신설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어 줄 계획이라한다. 참여정부에서 환경관련 각종 분쟁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자연 환경을 바라보는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보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11월 20일자
황창연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