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 김대건신부 20년만에 부활
1984년 제작자 안순남씨 DVD로 다시 제작 새달 출시 예정
20년전 한 신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제작했으나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영화 성 김대건 신부가 DVD로 다시
제작된다.
90분 분량의 이 영화는 성 김대건 신부가 중국 유학길에 오르는 장면부터 순교하기까지 발자취를 담았으며, 시나리오를 비롯해 촬영과 편집 등 제작 전반에 걸쳐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철저한 고증을 받은 작품이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안순남(체칠리아, 69, 수원 산본본당)씨가 제작한 이 영화는 당시 교회 관계자 및 신자들을 대상으로 성당에서 몇차례 상영됐다. 이후 1987년 성 바오로 딸 수도회가 이 영화를 60분으로 편집해 비디오로 출시했으나 비디오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잊혀져 갔다.
하지만 영화를 제작한 안씨는 이 영화를 잊지 못했다. 영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안씨가 영화 제작에 나서게 된 데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기 때문. 영화 제작에 뛰어들기 3년 전 안씨는 어느날 밤 꿈에서 성모 마리아와 김대건 신부를 본 뒤 기도를 했는데 우연히 피정을 가서 만난 수녀로부터 느닷없이 김대건 신부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꿈도 꾸지 않았지만 기도를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임을 알게 된 안씨는 당시로서는 큰 돈인 2500여만원의 사비를 털어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비록 영화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안씨는 해마다 특히 순교자성월이 되면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안씨는 지난해 9월 순교자성월에 산본성당에서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영화 상영회를 가졌다.
신자들 반응이 뜻밖에도 좋자 본당주임 최재용 신부는 이 영화를 그냥 사장시키기 아깝다면서 안씨에게 DVD 제작을 권유했고, 안씨는 여기에 힘입어 올해초 약 1000만원을 들여 DVD 제작에 들어갔다. 안씨는 성 김대건 신부의 신앙을 외국에까지 널리 알리고자 영어, 중국어, 폴란드어 번역작업에 착수했고, 현재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번역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9월 중 DVD로 출시될 예정이다.
안씨는 우선 500개를 제작해 전국에 무료 배포하고, 외국에도 보낼 계획이다. 특히 현재 수원교구 설정 40주년 기념신앙대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신부는 오는 10월19일 기념신앙대회에서 이 영화 DVD를 기증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안씨는 "이 영화를 보고 신심을 새롭게 다지거나 또 성소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면서 "뒤늦게나마 이 영화가 새롭게 제작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재용 신부는 "당시 한 개인으로서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고 만든 영화"라면서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 고증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교육, 선교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03년 8월 10일 736호
(사진설명)
수원교구 산본본당 주임 최재용 신부(왼쪽)가 성 김대건 신부
영화 제작자인 안순남씨와 함께 DVD 제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