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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6-11 조회수 : 470

저는 정말이지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습니다! 
 
 
주말마다 저희 피정 센터에 많은 형제자매님들이 오십니다.
한두 분이 아니라 70명, 80명입니다.
식사도 하시고 주무시고 가시니 할 일이 태산입니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보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모릅니다.
도착하신지가 조금 전 같은데. 어느새 작별 인사를 할 시간입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떠나실 때는 대절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마을 입구까지 마중을 나갑니다.
“피정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다음에 꼭 오세요!” 하고 인사드립니다. 
 
별것 아닌 노력이지만 형제자매들이 받은 감동이 큰 것 같습니다.
다들 하시는 말씀,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환대받고 배웅까지 받은 적은 없습니다.
촌각의 순간이었지만 작은 천국 체험을 하고 갑니다.
신부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하는게 없습니다. 저희 훌륭한 형제들이 각자 자리에서 잘 도와주셔서 잘 돌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형제는 화장실 청소를, 어떤 형제는 침구 세탁소에서, 어떤 형제는 강의로, 다들 기여를 하고 계십니다.
피정이 잘 되었다면 그 이유는 바로 우리 형제들 덕분입니다.” 
 
큰 족적을 남긴 걸출한 인물은 홀로 탄생하는 것이 절대 아니더군요.
무대의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조력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베드로 사도와 함께 초대 교회를 이끌었던 위대한 선교사 바오로 사도 뒤에도 위대한 조력자가 한명 계셨으니,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바르나바 사도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면서도 사도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부여받았습니다.
이는 그가 바오로 사도를 도와 초세기 교회 건설에 엄청난 기여를 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축으로 건설되는 것처럼 보이던 초세기 교회가 탄력을 받고 예루살렘 밖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르나바 사도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의롭고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 바르나바 사도를 적임자로 선택하셨습니다. 
 
바르나바 사도가 행한 일 가운데,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 탁월한 일 한 가지가 있었는데,
흙속의 진주를 찾아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바오로 사도를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비범하고도 탁월한 능력을 눈여겨 본것입니다. 
 
바르나바 사도의 원래 이름은 요셉이었습니다.
바르나바는 애칭이자 별명입니다.
바르나바란 이름이 지닌 의미는 ‘위로’ ‘격려’ ‘용기를 복돋는 전문가’입니다. 
 
바르나바 사도는 키프로스 태생으로 레위계 사제였습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서울 강남격인 예루살렘 시내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던 금수저 출신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바르나바 사도는 바오로 사도를 크게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바르나바 사도는 그리스도교로 개종은 했었지만, 아직도 낯설기만한 그리스도교 공동체 신자들과의 관계 안에서 무척이나 위축되어 있고 의기소침해있던 바오로 사도를 찾아갑니다.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북돋아주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자극했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자신들을 박해하던데 앞장서던 바오로 사도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회개를 하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찾아왔을 때,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그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저러다가 또 언제 마음이 바뀌어서 우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입장에서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그리스도교 신자들 앞에서 꽤나 괴로웠을 것입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 속에서 성령과 지혜로 가득했던 바르나바 사도가 두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예루살렘에 왔을 때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했지만, 바르나바 사도는 그를 따뜻히 환대합니다. 
 
다른 사도들에게 그를 소개해줍니다.
바르나바 사도의 배려와 협력에 힘입어 바오로 사도는 용기백배해서 그 위대한 선교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선교 여행 초기에 ‘바르나바와 바오로’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바오로와 바르나바’로 표현합니다.
바르나바 사도는 때로 바오로 사도의 스승처럼 그를 지도했습니다.
때로 친구처럼 그를 동반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제자처럼 처신하며 그를 섬겼습니다. 
 
바르나바 사도는 그리스도 교회를 이방인들에게 개방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 앞에서 바오로 사도의 편에 섰습니다.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했습니다.
결국 예루살렘 회의는 이방인들에게 교회 문호를 활짝 여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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