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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25 조회수 : 490

마태오 18,19ㄴ-22 
 
통일을 원하면 북한에 도움을 청하라  
 
 
남북통일은 우리 민족의 숙원입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왜 큰 비용을 들이며 이념도 다른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어버린 이들과 참아가며 살아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결혼과 아기를 낳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왜 그런 고통을 분담하며 결혼해야 하고 아기를 키워야 하는 말과 같습니다.
어떤 누구도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이 오지 않으면
그런 일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일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일곱 번에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것이 반은 맞는 복음이지만, 동시에 반은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내가 용서해 주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용서받는 사람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둘이 화해가 이루어질까요? 화해는 쌍방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나는 무조건 손해 보고 상대는 무조건 용서받는 식의 화해는 좋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대부분 “통일하면 너희가 얼마나 좋은 줄 알아?”라는 마음으로 다가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너희에게는 자유도 없고, 돈도 없고, 종교도 없고, 기술도 없으니 내가 도와줘야 해!”라고 하면 상대는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런데 참 행복은 돈과 명예나 성공이 아니라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자존심만 남습니다.
그 자존심이 우리 통일을 저해하게 할 것입니다. 
 
 ‘스탠리 밀그램’은 상황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을 죽을 수도 있는 정도까지 전기충격을 가하게 하는 유명한 실험을 한 심리학자입니다.
한 번은 어머니가 지하철에서 자신에게 누구나 자리를 양보해 주지 않는다는 푸념을 듣고는, 무조건 도움을 청하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생들을 시켜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무조건 청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보다 두 배 정도나 높았습니다.
이 요청을 받은 사람 중의 68%가 자리를 양보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 실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이 다시는 그런 실험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왜 그런 상처들을 받았는지 궁금해서 밀그램이 직접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청해보았습니다.
물론 70% 정도가 자리를 양보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는 순간 기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굶을 수도 있고 죽음까지 받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내가 더 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상대의 자존심을 깎아내려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것은 ‘가스라이팅’, 곧 심리적인 지배를 통해 상대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쓰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인데도 밥을 먹여 주고 양치질과 세수를 시켜 주고 학교까지 바래다준다면, 지금이야 엄마가 그렇게 하게 허락하겠지만, 나중에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의 탓을 엄마에게 돌릴 것입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부담스럽게 만들어 상대를 떠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한 번은 적십자에서 일을 하는 유럽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북한과 한국으로 오가며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어느 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이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북한 사람들의 표정이 훨씬 맑고 밝고 웃음기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지하철에서 그는 웃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통일되면 그들이 우리에게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더 준다고 생각하고 만나는 관계는 언제나 갑을 관계이지 친구가 되는 관계가 아닙니다.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우리는 먼저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처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저출산율과 경제성장률 둔화 때문에 어쩌면 유일한 돌파구가 통일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더 필요로 하니 북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을 지독히도 미워하는 정적이 있었습니다.
프랭클린은 그 상대가 자신이 읽고 싶은 귀한 책을 한 권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에게 그 책을 좀 빌려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는 순순히 책을 빌려주었고 프랭클린은 잘 읽고는 너무 좋은 책이라는 감사와 함께 돌려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죽을 때까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과 우리 가족, 그리고 모든 이웃에게 나아가야 하는 자세입니다. 
 
모든 관계의 기본은 겸손입니다.
친구가 되려면 도움을 청하십시오. 많은 친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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