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20,17-28
제자들의 극단적 미성숙, 세속적 야심 앞에서 슬퍼하시는 예수님!
저는 개인적으로 복음서를 읽고 묵상할 때 꾸며낸 이야기라든지 공상 소설이 아니라 참이라는 것을
종종 깨닫습니다.
냉정하고 정확한 복음 사가들은 제자단의 모습을 묘사할 때마다 아주 가차없습니다.
수제자건 애제자건 핵심 제자단이건 상관없습니다.
나름 위대한 예수님의 제자들인데 그들의 모습을 절대로 미화시킨다거나 영웅시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무런 가감 없이 기록했습니다.
제자들의 약점과 흠결, 미성숙과 흑역사를 감추지 않고 표현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한 마태오 복음만 해도 그렇습니다.
세속적인 야욕으로 가득했던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 사도, 그리고 어머니까지 합세해서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낯뜨겁게도 노골적인 인사청탁을 합니다.
인사청탁하면서 절대 그냥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품질 좋은 포도주 한 병, 그리고 고급 안주도 들고 왔을 것입니다.
백주대낮에 부끄러움도 없는지, 이렇게 예수님께 청합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마태오 복음 20장 21절)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열 제자가 불같이 화를 내며 불쾌해했습니다.
그중에 어떤 제자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좋은 엄마 계셔서 좋겠다. 우리 어머니는 대체 뭐하는 건가?’
예수님 입장에서 참으로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의 극단적 미성숙, 세속적 야심 앞에 혀를 내둘렀을 것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제자들의 모습에 엄청난 실망감과 자괴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또 다시 크게 심호흡을 하십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제자들을 또다시 용서하시고, 크게 인내하시며, 가르치고 또 가르치십니다.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오 복음 20장 26~27절)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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