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를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며 바친다면 거기서 오는 은총이 참으로 클 것입니다!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는 주님 말씀이 오늘따라 제 가슴을 크게 칩니다.
지난 세월 돌아보니 얼마나 많은 빈말을 되풀이해왔는지 모릅니다.
따지고 보니 주제넘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의를 시작한 지가 25년이 다 되어갑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실천할 수 없는 말, 감당하기 힘든 말들을 너무나 많이 내뱉고 살아왔습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구체적인 삶은 전혀 뒷받침되지 않는 제 이중적인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실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이토록 부끄러운 저를 위해 오늘 주님께서는 작은 지침 하나를 내려주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주님의 기도는 짧고 간략하지만 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기도 안에는 한 신앙인이 어떤 지향을 갖고 기도하고, 어떤 청을 드릴 것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기도는 기도 중의 기도, 기도들 가운데 으뜸인 기도, 기도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님의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앞서 사셨던 성인성녀들께서 힘주어 강조하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복음서 전체의 요약입니다.” (테르툴리아노 교부)
“주님의 기도는 복음서 전체의 종합입니다.” (마르티니 추기경)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한 기도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주님의 기도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묵상한다면,
다른 책이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예수님께서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제자들에게 단순히 ‘이렇게 기도하라!’고만 가르쳐주시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하는 동시에 ‘이렇게 살아라!’고 구체적인 행동강령까지 제시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입술에서만 머무는 기도가 되어서는 곤란하겠습니다.
주님의 기도의 내용이 우리 매일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 적용되고 실현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의 삶과 결부되고 병행되는 것이어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마저 타성에 빠져 건성건성, 아무런 생각 없이 바친다면, 정말이지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다른 기도도 좋지만, 우리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치는 주님의 기도를 좀 더 지극정성으로 바친다면,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며 바친다면 거기서 오는 은총이 참으로 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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