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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2-20 조회수 : 397

인간의 끝에서 시작하시는 하느님! 
 
 
예수님과 측근 제자들이 산에서 내려오자, 산밑에는 남은 제자들과 율법학자들 사이에
한 바탕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논쟁의 원인은 제자들의 무능력함이었습니다. 
 
악령들린 아이의 아버지가 예수님께 치유의 은총을 청하러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산 위에 계셨기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아버지는 꿩 대신 닭이라고 제자들에게 치유를 청했겠지요. 
 
어떡할까? 고민하던 제자들은 스승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사도 이미 받았겠다, 지난번 전도 실습 때 이미 그 실력도 발휘했겠다,
‘그럼 한번 해보지 뭐!’하며, 나름 치유시켜보려고 애를 썼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번과는 달리 백방으로 노력해도 치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율법학자들은 고소하다는 듯이 제자들을 놀려댔겠죠.
제자들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었습니다.
“이 능력도 은사도 없는 사이비들아! 너희들이 대체 할 줄 아는게 뭐냐?”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던 상황 속에서 마치 기적처럼 스승님께서 산에서 내려오셨습니다.
즉시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신 예수님께서는 악령에게 명령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마르코 복음 9장 25절) 
 
권위와 능력으로 가득찬 강력한 예수님의 한 말씀에 마귀는 즉시 쫓겨나가고, 아이는 되살아났습니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셨을 때 넌지시 묻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마르코 복음 9장 28절) 
 
제자들의 심중을 잘 꿰뚫고 계셨던 스승님이셨습니다.
치유의 은사를 받았다고 잔뜩 기고만장해있던 제자들, 열렬하고 겸손한 기도와 잠시 거리가 멀어져 있던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초간단 해결책을 제시하십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마르코 복음 9장 29절) 
 
지금 나라 전체,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대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바이러스가 진정되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이토록 심각한 범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 우리 가톨릭 교회와 신자들은
지혜로움과 신중함을 계속 유지해야겠습니다.
가급적 외부활동이나 동선을 최소화해야겠습니다.
대신 자신만의 깊은 골방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게 나라를 위한 길이며 교회를 위한 길입니다. 
 
완전 분별력을 상실한 자칭 사이비 목사의 말같지도 않은 말을 접하며,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이번 기회에 사이비 교주의 실체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탄이나 악령이 어떻게 어리석은 백성을 현혹시키는지도 잘 알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은 진짜 기독교인입니다.
이런 집회에 참석하면 걸렸던 병도 낫습니다.
다음 주에도 예배에 오십시오.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것입니다.” 
 
이번 재해는 우리 인간의 지나친 탐욕으로 인해 벌어진 대참사입니다.
부디 하느님과 연결시키지 말아주십시오.
인간의 실수와 부주의로 인한 것이니, 인간 스스로 가슴을 쳐야겠습니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과 의료진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며,
그분들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기도바쳐야겠습니다. 
 
그냥 기도가 아니라 한없이 겸손한 기도입니다.
적당한 기도가 아니라 몸과 마음, 영혼과 정신을 다 바친 기도, 지극정성의 기도를 바쳐야겠습니다. 
 
교회 안에서 공동체적으로 이뤄지는 미사나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주님의 명령에 따라 각자의 골방으로 깊숙히 들어가, 전무후무한 이 대참사가 어서 빨리 진정되도록 진심을 담아 기도해야겠습니다. 
 
악령들린 사람 앞에서 제자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끝,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서 예수님께서 등장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인간의 끝에서 시작하시는 분이십니다. 
 
결국 겸손하고 간절한 기도만이 정답입니다.
“주님 어서 오십시오. 저희의 힘, 저희의 능력으로는 속수무책입니다.
어서 빨리 오시어 곤경과 위기 중에 있는 저희를 구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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