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일
겸손의 덕
[말씀]
■ 제1독서(집회 3,17-18.20.28-29)
집회서는 하느님 백성의 기나긴 역사는 물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지혜에 대하여 깊이 있게 묵상한 결과를 우리에게 전해주는 작품이다. 오늘 말씀에서 집회서 저자는 매우 구체적인 표현들을 빌려 오만한 자의 비뚤어진 주장을 단호히 배격한다. 인간의 진정한 위대함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지혜에 온전히 열려 있는 겸손의 덕을 통하여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 제2독서(히브 12,18-19.22-24ㄱ)
히브리서 저자는 구약의 사람들이 전승에 담아 자랑스럽게 간직해 온 시나이산에서의 하느님의 놀라운 발현 장면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난 너무나 소박한 계시 장면 사이의 격차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충격을 해소하고자 설명을 시도한다. 아울러 저자는 화려한 의식을 자랑했던 구약의 제사와 단순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신약의 제사를 비교하면서, 그리스도에 의해 완성된 신약의 제사를 통해서만이 성인들의 공동체에 합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 복음(루카 14,1.7-14)
안식일에 마련된 식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거동을 눈여겨보시면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윗자리를 차지하려 애쓰는 오만한 자의 모습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일깨워주시는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가운데, 복음저자 루카는 복음서의 핵심 주제인 하느님 나라를 설명한다. 이 나라는 스스로 영광을 받을만한 자리에 있다고 믿고 있던 자들과는 거리가 먼 나라로서, 자신을 낮추는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나라로 규정된다.
[새김]
■ 오늘 성경 말씀은 한 인간으로서, 한 신앙인으로서 인생을 살아감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인지를 풍부한 체험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바탕으로 일깨워주며, 그 가운데 겸손의 덕을 우선 지향해야 할 덕으로 가르치고 있다. 겸손은 흔히 정치적 또는 경제적인 영역에서 제멋대로 해석되는 비굴함이나 굴종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서, 소신과 용기 있는 자만이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덕행이다. 겸손한 사람은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며, 특히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나눔과 베풂을 아끼지 않는 사람, 나아가 나누고 베풀 수 있음을 늘 감사하는 사람이다.
■ 그러나 인정받고 대우받고 존경받기를 원하는 현실, “저마다 윗자리를 차지하고자 애쓰는” 현실 속에서 겸손의 덕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일까? 겸손이 소신과 용기 있는 자의 행위임을 인식하고 있다 하더라도,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주님은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하는 명백한 가르침으로 말끔히 처리해 주신다. 그리스도의 말씀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우리로서는 하느님만이 우리를 높이실 수 있다는 믿음, 그분이 우리를 높이실 수 있도록 스스로 낮추는 겸손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자.
교우 여러분,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집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