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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1-11 조회수 : 1390
11월11일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루카 17,20-25
 
하느님께서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우리네 인생사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계십니다!
 
여러분들 혹시 엄청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곳이며, 언제 올 것인가?
언젠가 도래할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면 살짝 두렵기도 하고, 대체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아무튼 막막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이 나서서 예수님께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올 것인가 물었습니다.
 
바리사이들에게 있어 예수님의 답변이 너무나 의외였고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랜 세월동안 학수고대했습니다.
언젠가 강력한 왕권을 지니신 하느님께서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등장하시고, 당신의 나라를 세우실텐데, 그 나라는 더 이상 유배나 함락이 없는 초강대국이 될 것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이지 놀랍게도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건네신 말씀이기에 명백한 신앙의 진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류 역사상 그리도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꿈꾸어왔던 하느님 나라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있다고 하시는데, 이 말씀을 대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마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수님의 육화 강생으로 인해 이미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 당신의 발길이 머무는 곳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을 둘러서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는 군중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누군가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삶 속에 실천한다면 그는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 그리스도인이 경건한 마음으로 성체성사에 참여해서 지극정성으로 성체를 영한다면
그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 입국한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 나라는 내가 몸담고 있는 바로 이곳, 나의 삶의 자리여야 마땅한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지니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는 ‘하느님의 다스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곳이 어디이든 상관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선포되는 곳, 그분의 사랑과 봉사, 섬김과 희생의 정신이 흘러넘치는 곳은 모두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이제부터 ‘하느님 나라가 대체 어디일까?’ 하는 마음에 고개를 여기 저기 돌릴 필요가 없겠습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 수도 공동체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우리 가정 공동체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머나먼 다른 하늘 아래 계시는 것이 아니라 자질구레한 우리들의 일상사 안에 현존하심을
잊지 말아야하겠습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빛바랜 사진첩 같은 우리들 인생사 안에 항상 함께 하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우리네 인생, 결핍과 죄투성이로 실패한 듯 보이는 우리들 삶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계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강생으로 인해 이미 우리 가운데 도래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왔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 사이 중간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우리는 불완전한 몸이지만 완성된 하느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들인 것입니다.
늘 겸손하게 깨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기다려야겠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내 작은 두 손이지만 하느님 나라 건설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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