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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0-17 조회수 : 1076

오늘의 전례는 당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원하시는 ‘고통받는 종’으로서의 그리스도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힘과 권세로 지배하시는 분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을 통하여 아버지의 뜻인 구원을 이루신 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받는 종으로서 약하디약한 새순(이사 53,2),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죽음을 이기는 생명력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 신비가 드러난다. 이 신비는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로 드러났다. 바로 생명을 위한 고통이다. 
 
복음: 마르 10,35-45: 출세와 섬김. 
 
이 의미를 오늘 복음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십자가의 길을 향해 가시면서 세 번씩이나 점점 더 분명하게 당신의 수난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말씀 때문에 불안해하면서도 속으로는 하느님 나라의 첫 자리에만 골몰하고 있다.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37절)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38절) 여기서 이 잔은 당신 자신의 운명이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이사 53,4)가 되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을 말하며, 고통스럽고 무자비한 죽음의 운명을 말한다. 예수님의 참된 세례는 주님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지는 죄인들을 위하여 당하시는 십자가의 죽음을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39절) 그들의 대답은 그냥 자리에 대한 욕심에서 한 대답이다. 예수께서는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39절) 하여간 요한은 정확한 것을 모르지만, 야고보는 실제로 44년 헤로데 아그리파 1세 때 순교한다(사도 12,2). 그러나 하늘나라에서의 첫 자리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하신다. 하늘나라는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베풀어주시는 것인데 그것을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들이 순교한다고 하여도 그것 역시 하느님의 자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다른 열 제자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공동체의 지도자 역할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신다. 제자들은 세상의 지도자들과 같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며,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43-44절) 일반 사회의 조직체에서는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자들이나, 공무원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경제적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부패했는지를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작금의 상황이다. 교회 안에서는 권위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며, 그것은 사랑과 봉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권위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와 협잡꾼이 모인 일반 사회조직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45절) 이 말씀으로 당신의 십자가의 죽음을 확실히 말씀하신다. 그분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실제로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이사 53,4)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기 때문에 만물에 대한 최고의 권위와 주권을 차지하신다. 예수님은 고통받는 종으로서, 그분의 봉사는 인간들에 대한 철저한 사랑에서 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분은 포악한 죽음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분은 영광과 권능을 차지하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교회 안에서 수행하는 봉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단순히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히브 4,15)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우리의 연약함, 걱정, 실망, 모욕, 박해 그리고 그 누구도 지금까지 받아본 일이 없는 포악한 죽임을 당하셨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삶으로 우리도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리스도를 따르며 닮아갈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하느님의 영광중에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히브 4,14)로서 우리의 결정적인 구원을 반드시 이루어주시는 분이심을 믿고 그분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분께 가까이 가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된 사랑과 봉사의 자세로 그분을 닮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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