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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0-11 조회수 : 1212

봄을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만물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꽃이 피고 새순이 돋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봄에 피는 꽃은 겨울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교포가 우리나라의 개나리를 너무 좋아해서 고국 방문 때 개나리 몇 토막을 잘라다가 시드니 자기 집 정원에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 개나리는 위로 자라기만 하지 몇 해를 두고서도 꽃을 피우지 않는 것입니다. 

개나리꽃이 예쁜 것이지, 개나리의 줄기는 별 볼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는 식물학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시드니에는 겨울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춥고 황량한 겨울을 이겨내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도 그렇게 보입니다. 암을 극복하신 분이 더 열심히 사시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고통과 시련을 통해 자기 삶이 다져져서 삶 자체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지금을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닙니다. 이 시간 후에야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점을 분명하게 말씀하시지요.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1,2)

요나 예언자의 말 한마디로 이방인인 니네베 사람들이 모두 회개했던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며 표징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니네베 사람들이 회개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요나 예언자는 이들이 회개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민족을 지배하던 니네베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멸망은 곧 자기 민족의 구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망까지 갔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하느님의 뜻대로 회개를 촉구하는 말을 전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몽땅 다 회개합니다. 하느님을 알지도 못하는 그들이 말이지요. 

바로 가장 큰 기적과 표징은 언제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을 때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세상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때, 그 모습이 때로는 고통과 시련의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굳은 믿음으로 주님과 함께했을 때, 가장 큰 기적과 표징이 우리의 삶 안에서 계속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내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적과 표징을 찾아보세요. 고통과 시련 속에서 그 기적과 표징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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